한국 사회에서 돌봄 기술, 특히 전화 기반의 ‘캐어콜(Care Call)’ 서비스는 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안부 확인, 응급 상황 감지, 정서적 고립 완화라는 목적 자체는 분명 공익적이며 필요합니다.
캐어콜(Care Call) 서비스는 전화 통화를 매개로 고령자 또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안부와 안전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비대면 돌봄 서비스입니다. 주된 목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상담이 아니라, 일상 속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고립을 완화하며,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연결망을 유지하는 것에 있습니다.
캐어콜은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첫째, 정기 안부 확인입니다. 사전에 합의된 시간과 주기에 따라 전화를 걸어 생활 상태, 건강 상태, 정서적 상태를 간단히 확인합니다. 이는 독거노인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에게 중요한 심리적 안정 장치로 작용합니다.
둘째, 위험 신호의 조기 감지입니다. 응답이 없거나, 평소와 다른 말투·반응이 감지될 경우 보호자나 관리 주체에게 알림을 전달함으로써, 사고·질병·고립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셋째, 돌봄 네트워크와의 연결입니다. 캐어콜은 단독 서비스가 아니라, 가족·지자체·복지기관·의료 서비스와 연계되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필요 시 방문 돌봄, 응급 대응, 추가 상담으로 연결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합니다.
캐어콜은 왜 ‘전화’인가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도 캐어콜이 전화 통화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고령층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 앱이나 복잡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보다 전화 통화에 가장 익숙합니다. 화면 조작이 필요 없고, 별도의 학습 없이도 사용할 수 있으며, 시력이나 손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접근성이 높습니다. 즉, 전화는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돌봄 인프라입니다.
또한 전화는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이 아니라, 목소리를 통해 감정과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인간적 매체입니다. 기계적 신호보다 말의 속도, 호흡, 반응 간격 등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 서비스와 잘 맞습니다.

캐어콜 서비스의 가장 큰 장벽은 ‘전화에 대한 신뢰의 붕괴’
그러나 오늘날 고령자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캐어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전화에 대한 신뢰의 붕괴’라는 환경적 조건입니다.
이미 많은 노인들에게 전화는 더 이상 안심의 수단이 아닙니다. 건강보험, 연금, 금융기관, 정부를 사칭한 전화가 일상화되면서, “전화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선의의 목적을 가진 서비스라 하더라도, 단지 “AI가 전화를 드립니다”, “돌봄을 위한 안부 전화입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캐어콜을 추진하는 기업이 이 점을 간과한다면,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작동하되 사회적으로는 외면받는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캐어콜의 정착은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 설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첫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이 전화가 사기 전화와 어떻게 구분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신자인 고령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고령자는 복잡한 인증 절차나 앱 설치를 전제로 한 설명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캐어콜은 절대로 개인 정보를 묻지 않으며,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인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고, 통화 중에도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야 합니다. 이는 기술적 장치 이전에, 신뢰를 형성하는 언어의 문제입니다.
둘째, 발신 방식에 대한 설계가 중요합니다. 현재 사기 전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발신 번호 조작입니다. 지역 번호처럼 보이거나, 익숙한 번호 형태를 띠지만 실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번호입니다. 캐어콜 서비스가 동일한 방식으로 전화를 건다면, 의도와 무관하게 불신을 자초하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은 단일하고 고정된 발신 번호, 또는 명확히 식별 가능한 번호 체계를 유지해야 하며, 이 번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안내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지자체, 복지기관, 공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이 번호는 공식 돌봄 서비스 번호”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셋째, 사전 동의와 반복 인지가 핵심입니다. 캐어콜은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 그 가족이나 보호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화가 걸려오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정기적인 스케줄, 동일한 인사말, 동일한 시작 문구는 고령자에게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예컨대 통화가 시작될 때마다 “이 전화는 ○○기업의 캐어콜 서비스이며,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정기 안부 확인을 위해 드리는 전화입니다”라는 문장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신뢰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가족과 보호자를 신뢰 구조 안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사이버 범죄의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고령자 개인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캐어콜 서비스는 고령자와 1대1로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 필요 시 가족이나 보호자가 통화 기록, 이상 징후, 응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이는 감시가 아니라 보호의 차원이며, 고령자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오히려 안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째, 캐어콜을 ‘정보 제공 전화’가 아닌 ‘관계 기반 서비스’로 인식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기 전화의 공통점은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불안과 조급함을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캐어콜은 목적이 명확하고, 긴급하지 않으며, 언제든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화 내용 역시 건강 상태 점검이나 안부 인사에 집중해야 하며, 상품, 서비스, 추가 가입, 비용과 연결되는 순간 신뢰는 급격히 훼손됩니다. 캐어콜이 영업이나 마케팅과 결합되는 순간, 그것은 돌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의심스러운 전화’로 인식될 위험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캐어콜을 추진하는 기업은 스스로를 기술 기업이 아니라 ‘신뢰 중개자(trust intermediary)’로 인식해야 합니다. 전화라는 매체는 이미 오염되어 있으며, 그 오염된 환경 속에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모든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기술은 필요 조건일 뿐, 충분 조건이 아닙니다.
신뢰는 반복, 일관성, 투명성, 그리고 절제에서 형성됩니다.
고령사회에서 돌봄 기술의 성패는 기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 전화는 받아도 되는 전화인가”라는 질문에 얼마나 명확하고 정직하게 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캐어콜 서비스가 사이버 범죄의 소음 속에서 신뢰의 신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사람의 불안과 현실을 이해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캐어콜이 일시적 서비스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