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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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外来語(ガイライゴ, がいらいご, 가이라이고; 외래어; Words from the Outside)

일본어는 독자적인 체계를 가진 언어입니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사이에는 겉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으나, 이는 본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추가된 특징들입니다.

일본은 4세기에서 7세기 사이에 중국의 표의문자 체계를 받아들였을 때, 많은 한자의 발음을 그대로 혹은 약간만 바꾸어 유지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어의 ‘산(山, shan, 샨)’은 일본어에서 ‘산(さん, san, 산)’으로 쓰이며, 동시에 ‘やま (yama, 야마)’라는 고유어도 사용됩니다.

16세기,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상인과 선교사들이 일본에 들어오자, 일본인들은 곧바로 낯선 사물에 대한 유럽어를 받아들였습니다. 예컨대 포르투갈어의 ‘빵(pão, 파웅)’은 일본어에서 지금까지 ‘パン(pan, 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 후 수 세기에 걸쳐 수백 개의 외래어가 단순히 일본어 음절로 쪼개어 발음하는 방식으로 일본어에 편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bread(브레드)’는 ‘ブレッド(bureddo, 부렛도)’로, ‘milk(밀크)’는 ‘ミルク(miruku, 미루쿠)’로 사용되며, 동시에 고유 일본어 단어와 병행됩니다.

1930년대 말에서 1945년까지의 전시기에는 일본 정부가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여 외국 기술을 다루던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른바 ‘아메리칸 시대’가 일본에 도래하자, 외래어 수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미군과 연합군 인력이 일본 열도에 주둔하면서, 수많은 영화, 영어 출판물, 새로운 개념과 물품들이 일본에 쏟아져 들어왔고, 일본은 이들을 그대로 일본식으로 바꾸어 사용했습니다.

1950년대부터 30년 넘게 이어진 경제 호황은 수천 개의 기술 용어를 일본어에 편입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어 일상어휘의 10% 이상은 영어를 중심으로 한 ‘外来語(ガイライゴ,  がいらいご, 가이라이고; 외래어)’입니다. 일본인은 일상 대화에서 몇 분 이상 외래어를 쓰지 않고는 말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특히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서는 외래어 없이는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일본어 속의 영어 단어라고 해서 영어 화자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래어는 일본식으로 변형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른 언어처럼 들립니다. 예컨대 ‘リストラ(risutora, 리스토라)’는 ‘restructuring(구조조정)’, ‘プレイボール(purei bōru, 푸레이 보루)’은 ‘play ball’, ‘リエンジニアリング(rienjiniaringu, 리엔지니어링)’은 ‘reengineering’을 뜻하며, 흔히 줄여서 ‘リエンジ(rienji, 리엔지)’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잡지 제목이나 광고 문구에는 외래어가 넘쳐나며, 광고업계에서는 외래어를 ‘이국적인 감각’을 주기 위해 활용합니다.

외래어는 표의문자로 완전히 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타카나(カタカナ, katakana)’라는 문자로 쓰여집니다. 이 때문에 텍스트 속에서 즉시 알아볼 수 있으며, 일본 광고에서는 외국어를 가타카나로 표기해 이국적인 뉘앙스를 강조하곤 합니다.

어느 정도 업무와 관련된 용어가 익숙해진 시기에 일본 상대회사의 직원들과 휴식 시간에 회의실에 앉아서 통역없이 쉬운 영어와 기초 일본어 가벼운 한담을 나눌 때, 일본 직원이 갑자기 ‘ドットコム ビジネス’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돗또꼬무(ドットコム)”, “돗또꼬무(ドットコム)”하면서 이얘기, 저얘기 하는데, 갑자기 신기하고 특별하게 들리는 그 소리! 무슨 단어인지 너무 쉽게 쓰는데, 도저히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통역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귀에 대고 “‘돗또꼬무’ 가 무슨 뜻이야?”하고 물었습니다.

통역은 대답대신 ‘파안대소’로 저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들 저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단어이길래? ‘.com(닷컴)’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우리 상호 비즈니스의 근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이른바 닷컴 비즈니스, 저는 그들과의 몇 달 간의 협의 속에서 ‘.com 비즈니스’를 ‘돗또꼬무 비즈네스’라고 일본식 외래어 발음을 전혀 상상 속에 넣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본어의 ‘外来語(ガイライゴ,  がいらいご, 가이라이고; 외래어)’ 경험은 외국인이면 밤이 새도록 사례를 말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외국어 머리가 없는 저 외국인은 ‘外来語(ガイライゴ,  がいらいご, 가이라이고; 외래어)’ 때문에 일본어를 배우기도 쉽지 않았고, 일본인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도 깊이있는 언어습득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터득한 일본인들과의 대화 방법은 가급적 ‘영어로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잘못된 언어습득 방법이긴 하지만, 일본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언어 두뇌가 많이 모자란 저의 이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일본인은 특히 ‘영어’에 약하다는 점을 파고 든 것입니다.

그들만이 해석하는 ‘外来語(ガイライゴ,  がいらいご, 가이라이고; 외래어)’ 발음은 수 천번 들어도 익숙해지는 커녕, 웃음만 나오는 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