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廉恥心(れんちしん, 렌치신, 수치심, Avoiding Shame)
일본인은 원죄 의식(original sin)에 대한 도덕적 부담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으며, 이는 그들이 기독교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본 사회의 도덕적 기반은 ‘수치(shame)’에 두어져 있었는데, 이는 모든 일본인이 신(神)과 여신(女神)의 직접적인 지상 후손이라는 신토(神道)적 관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따라서 조상 신들을 불쾌하게 하는 모든 행동은 ‘수치스러운 행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학에는 작은 함정이 있습니다. 신토의 신·여신들이 모두 ‘선한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계에도 문제 많은 존재들이 있었고, 그 결과 일본인은 상황에 따라 본받거나 혹은 책임을 돌릴 여러 롤모델(role model)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일본에서 ‘죄’는 영적 죄책감이나 혼외 성관계, 살인, 타 종교 숭배 같은 종교적 규범 위반이 아니라, 사회적 ‘수치’와 동일시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인의 주요 목표는 ‘はじ(하지, shame), 廉恥心(れんちしん, 렌치신, feelings of shame)을 피하는 것이 되었고, 그 수치를 피하는 방법은 일본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받아들여진 방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 수치가 없다면—즉 일본 사회가 요구하는 명예를 지켜낼 수 있다면—죄도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본적 맥락에서 ‘수치’란 체면을 잃거나, 타인의 언행으로 개인의 명예가 손상될 때 발생했습니다. 체면을 잃는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모욕이나 비난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뒤처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들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모욕이나 피해가 즉시 보복되지 않을 때도 역시 체면이 손상되었습니다.
부분적으로 일본에서 ‘수치’가 행동의 핵심 기준이 된 이유는, 사회 활동 대부분이 특정하고 배타적인 집단 내부에서 상호 의존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한 사람의 행동이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집단 내에서 배제되거나 더 나아가 집단 밖으로 추방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은 곧 경제적 파국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집단 구성원 모두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미지와 평판을 극도로 신경 써야 했습니다.
렌치신은 오늘날에도 일본인의 행동을 규율하는 핵심 요소로 남아 있지만, 서구적 ‘선과 악’ 개념이 일부 영향을 미치며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 때문에, 영적·세속적 죄책감을 중시하는 서구 문화권 사람들과, 수치를 통해 행동을 조절하는 일본 문화권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 상대방의 행동을 부도덕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는 갈등이 발생합니다.
일본인과 서양인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인이 서구 기준에서 보았을 때 매우 쉽게 모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서구에서는 자연스럽고 무해한 많은 행동이 일본에서는 모욕으로 간주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솔직함, 공격적인 태도, 개인 능력의 과시, 성과에 대한 개인적 공로 주장, 상사에 대한 무례, 또는 계층·보고 체계의 무시 등의 행동은 일본에서는 상대를 모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일본식 행동 기준을 준수하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실수까지도 자주 사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것을 지적할 때에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해야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것을 알리지 않으면 일본인들은 그것을 ‘廉恥心(れんちしん, 렌치신, 수치심, Avoiding Shame)’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기 때문에, 정말로 유념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