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0일
11-19-1800#115

– サービス(さーびす, 사비스, 서비스, More than Service)

일본과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의 간극’을 만드는 문화적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일본인이 외부 세계에서 들여오는 거의 모든 것을 일본식으로 재해석하고 변형하는 관습에서 비롯됩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무엇이든 간에, 일본에서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일본적 색채(Japanese touch)를 더할 때 비로소 온전히 받아들여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크기, 모양, 색상, 무게, 맛, 포장 등 다양한 요소에 적용됩니다. 변화가 미세한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 단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외래어는 먼저 일본어의 음절 체계에 맞게 변형되어 발음부터 일본어처럼 바뀝니다. 예를 들어 “milk(우유)”는 miruku(미루쿠)로, “bread(빵)”는 buredo(부레도)로 변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외래어의 의미 역시 크게 달라지기도 하고, 혹은 약간의 일본식 의미가 더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이 일본에서 익숙한 영어 단어를 보더라도, 그 의미가 본래 영어권에서의 의미와 같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サービス(さーびす, 사비스, 서비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어 “service”에서 온 단어이지만,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サービス(さーびす, 사비스)는 영어 원래의 의미와 전혀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여관 손님, 식당 손님, 소매점 고객에게 제공하던 세심하고 정교한 대접을 손님에 대한 당연한 의무로 여겨 왔습니다. 이 ‘서비스’는 돈을 받고 제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며, 당연히 무료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영어의 “service”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무료 제공” 또는 “공짜”라는 뜻이 더해졌고, 나중에는 “할인해 주는 것”이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심하고 정교한 대접’의 뜻이 아니라 ‘공짜(free)’라는 뜻으로 일반화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어 ‘service’를 굳이 일본어로 도입한 이유는, 기존에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일본어 ‘世話(せわ, 세와)가 “성가심”, “번거로움”, “친절”, “도움”, “지원” 등 너무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본인이 외래어가 주는 세련된 외국풍의 느낌을 선호하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영어의 원래 의미는 “良いサービス(いいサービス, 이이 서비스, 좋은 서비스), ‘悪いサービス(わるいサービス, 와이루 서비스, 나쁜 서비스)’ 같은 표현에서 간신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맥락에서 sabisu는 무료 제공, 덤으로 주는 것, 가격을 깎아주는 것 등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예를 들면, ‘サービスコーヒー(sabisu kōhī, 사비수 코히, 서비스 커피)’는 ‘무료 커피’를 의미합니다.

손님이 가게에서 할인을 요구할 때, ‘サービスしてください(사비수 시테 쿠다사이, 서비스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는 “할인을 해달라”는 뜻입니다.

일식당에서는 기본적인 녹차가 ‘서비스 품목’에 해당하여, 음식을 주문하면 무료로 제공됩니다. 다만, 일본인의 인식에서 녹차만 단독으로 주문하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일본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서비스’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이 단어는 일본 기업의 고객 응대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0년대 이후로는 일본식 ‘서비스’에 대한 강조가 해외 기업 전반에도 영향을 주어, 각국 기업들이 고객 응대 방식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을 처음 상대하는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サービス(사비수)’에는 두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이 둘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sabisu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おまけ(오마케, 덤, 추가로 주는 물건)가 있습니다. 이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상대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일본인이 종종 사용하는 관행입니다.

한편, 발음이 비슷한 ‘お負け(오마케)’는 ‘큰 할인’, ‘큰 손실’, ‘큰 패배’ 등을 의미하므로 구별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일본식 ‘서비스’란 단어를 쉽지 않게 배웠어요, 그 서비스를 거의 찾기 쉽지 않았던 일본 현지에서의 경험입니다. 저도 서비스를 싫어하지 않거든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매일 정(情)많은 ‘서비스(공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여행을 가시더라도 ‘サービス(사비스)’는 기대하지 않으신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