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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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이미 사용 중, 일부는 곧 도입… 다양한 중증 질환 예측 가능

혈액 검사는 오랫동안 의사들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에서부터 당뇨병 위험까지, 많은 정보를 간단한 혈액 한 병으로 알아낼 수 있었지요.

이제는 유전학의 발전, 인공지능 분석, 기타 다양한 과학적 진보를 통해 단순한 혈액 샘플에서 훨씬 정교하고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5년 5월 23일, 미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로운 혈액 검사, 당신의 몸속 비밀을 밝혀드립니다 「New Tests Promise to Reveal The Secrets Hiding in Your Bloo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진단 혈액 검사들은 암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중증 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 아주 초기 단계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으며, 만성 질환의 관리 및 개인 맞춤형 치료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혈액 검사들은 엄격한 연구, 대규모 임상시험, 대학병원 및 의학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는 10여 년 전, ‘즉시 진단’을 내세우며 허위 주장을 했던 혈액 검사 스타트업 테라노스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미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 또는 허가를 받은 검사는 물론, 현재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검사들도 있습니다. 또, 일부 검사는 연방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인증 실험실에서 개발되어 FDA의 별도 허가 없이도 시장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FDA는 이러한 검사가 널리 사용되기 전, 정확성, 신뢰성,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규제 기준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자들도 그 효과와 위험, 비용 간 균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혈액 검사가 사람들의 조기 진단 및 질병의 보다 구체적인 식별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 연구소의 윌리엄 모리스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는 “어떤 검사도 100% 정확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정말로 알고 싶은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검사를 주치의와 함께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다음은 주목할 만한 최신 혈액 검사 기술들입니다.

암 조기 검진을 위한 검사

새로운 형태의 혈액 기반 암 검사들이 등장하면서, 의사들은 더 이상 침습적인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암을 보다 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탐지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흔히 ‘액체 생검(liquid biopsy)’이라 불리는 이 검사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 조각이나 기타 암 관련 분자 신호와 같은 복잡한 패턴을 식별합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발견이 어려운 정보까지 포착할 수 있어, 암의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재발 여부를 확인하며,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혈액 검사가 암을 새로 발견하는 1차 스크리닝 용도로 단독 사용되기보다는, 전통적인 진단 방식과 병행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장암(대장암) 조기 진단에 이 검사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제 치료를 시작하려면 여전히 대장내시경으로 최종 진단이 필요합니다.

작년에는 Guardant Health 사의 ‘쉴드(Shield)’라는 결장암 혈액 검사가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검사는 평균 위험군의 4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비용은 약 1,495달러입니다. 2만 명의 평균 위험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대장내시경과 비교해 83%의 암 탐지율, 10%의 위양성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암성 병변이나 용종에 대한 민감도는 13%에 불과했습니다.

대장내시경은 용종을 직접 제거할 수 있고, 암 탐지 민감도는 거의 95%에 달합니다. 또한, 대변을 활용한 검사들도 혈액 기반 검사보다 더 높은 민감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비용 대비 효과가 아직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만, 기존 검사를 꺼리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권장되는 결장암 검진을 받는 성인은 전체의 약 60%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Guardant Health 사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레이그 이글 박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받는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쉴드 검사는 메디케어가 지난해부터 보장 대상으로 삼았으며, 미 보훈처도 올해 3월부터 이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민간 보험은 아직 해당 검사를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Guardant Health는 미국암학회 및 미국 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와 같은 단체의 임상 지침에 이 검사가 포함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여러 종류의 암을 한 번에 찾아내는 검사

일부 기업들은 여러 종류의 암을 동시에 감지하고, 치료 후 잔존 암 여부나 재발 가능성을 추적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지원하는 혈액 검사를 개발 중입니다. 현재로서는 FDA의 정식 승인을 받은 다중 암 진단 혈액 검사는 없지만, 의사의 처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실험실 개발 검사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검사가 실제로 증상이나 생명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암까지 조기 발견해 불필요한 치료와 과도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Grail 사의 ‘갤러리(Galleri)’ 검사는 매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현재 정기적 검진 방법이 없는 암을 포함해 최대 50가지의 암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보스턴 다나-파버 암 연구소는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을 지닌 고위험군 및 군인을 대상으로 별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는 가장 치명적인 암 12종에 대해 76.3%의 민감도와 0.5%의 위양성률을 보였습니다. 즉, 암이 없는 1,000명 중 약 5명이 잘못된 양성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949달러이며, 일부 고용주와 군인 의료보험 Tricare는 이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메디케어는 아직 포함하지 않았지만, 50세 이상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비용은 보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암 학회 학술지 《Cancer》에 발표된 합의문에서는 의사들이 다중 암 검사에 대해 먼저 환자에게 권장할 필요는 없지만, 환자가 이에 대해 질문할 경우 그 이점, 위험성, 불확실성 등을 설명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부를 둔 대형 병원 Mercy는 소외 지역 환자들을 위해 갤러리 검사를 도입했으며, 지금까지 4,000건의 검사를 실시해 23건의 암을 조기에 확인했고, 위양성은 소수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Mercy의 종양학 책임자인 제이 칼슨 박사는 “이 검사는 너무 늦기 전에 암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알츠하이머,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응

연구자들은 현재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자가면역 질환 파악, 장기 이식 후 건강 상태 모니터링,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혈액 검사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 초, FDA는 후지레비오 진단사의 ‘루미펄스(Lumipulse)’ 검사를 알츠하이머 진단 보조 용도로 승인했습니다. 55세 이상으로 인지 저하 등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한해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보다 덜 위험하고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알츠하이머 병의 주요 바이오마커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존에도 여러 회사들이 알츠하이머 검사를 판매해 왔으나, 루미펄스는 FDA의 정식 인정을 받은 최초의 검사입니다. C2N Diagnostics, Quest, Labcorp 등도 자체 실험실 기준에 따라 검사들을 운영 중이며, C2N은 2020년에 최초의 상용 알츠하이머 혈액 검사를 출시한 이후 2023년에는 개선된 ‘PrecivityAD2’를 선보였습니다. 해당 검사들은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출에 필적하는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루미펄스와 PrecivityAD2 모두 뇌 속의 아밀로이드(plaques)와 타우(tangles) 단백질을 측정하지만, 방식과 결과 제공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루미펄스는 ‘양성/음성/불확정’ 결과를 제공하며, PrecivityAD2는 아밀로이드 침착 및 타우 변화 가능성을 수치로 제공합니다. PrecivityAD2는 약 1,000달러의 비용이 들며 대부분 본인 부담입니다.

알츠하이머 환자 전문의이자 비영리 단체인 ‘알츠하이머 약물 발견 재단’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하워드 필릿 박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긴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츠하이머 진단이 가능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한편, 자가면역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고, 발병 가능성을 정량화할 수 있는 검사도 개발 중입니다. 미국 내 세 번째로 흔한 만성 질환군인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 체계가 정상 세포와 조직을 공격하면서 발생합니다. 예컨대 루푸스는 전신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며 증상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장기 손상 위험도 있습니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소는 디지털 헬스 및 바이오마커 기술 기업인 Progentec Diagnostics와 협력하여 루푸스 조기 예측 혈액 검사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검사는 면역계 활성과 관련된 11개의 혈장 단백질 농도를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향후 12주 내에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을 예측합니다.

[액체 생검(liquid biopsy)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1단계:혈액을 채취하여 전문 실험실로 보냅니다.

2단계: 채취된 혈액에서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나 DNA 조각과 같은 바이오마커를 분리합니다.

3단계: AI 알고리즘 등 첨단 기술로 분석하여 암과 관련된 패턴이나 변화를 식별합니다.

4단계: 검사 종류에 따라 암 조기 발견, 치료 방향 설정, 치료 효과 모니터링, 잔존 암 여부 확인, 재발 감지 등에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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