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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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으브(Sha’b)는 아랍어에서 핵심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개념으로, 표면적으로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아랍 사회의 근본적인 이중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언어적·문화적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정의와 이중성

샤으브(Sha’b)는 ‘집합·연합’과 동시에 ‘분리·분열’을 의미합니다. 또한 ‘한 민족, 사람들, 종족, 가족’이라는 뜻을 지니기도 합니다. 이 모순적인 의미는 두개골의 봉합선(cranial suture)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두개골 봉합선은 뼈들이 서로 맞닿아 결합하면서도 동시에 분리되는 지점을 뜻하는데, 이때 뼈는 곧 부족(까빌라, qabilah)에 해당합니다. 이는 인간의 머리가 아랍 사회의 집단 구조—즉 민족과 부족—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언어적 해부학적 장치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2. 샤으브와 까빌라의 관계: 사회적 이중성

샤으브(민족/사람들)는 까빌라(부족)와 대조적인 개념입니다. 꾸란의 구절에서도 “인류여, 우리가 그대들을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창조하여 민족들(샤으브)과 부족들(까빌라)로 만들었으니, 이는 그대들이 서로를 알도록 함이라”라고 언급됩니다. 이는 아라비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중적 구조, 즉 정착민 사회(하더리, hadari)유목민 사회(바다위, badawi)의 구분을 반영합니다.

꾸란의 표현 리-타아라푸(li-taʿārafū)는 “서로를 알아가다”와 동시에 “서로를 구별하다”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며, 통합의 가능성과 분열의 잠재력이 공존함을 드러냅니다. 부족은 주로 세속적 지도자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정착민 사회인 샤으브는 종종 특정한 신에 대한 신앙으로 결속되곤 했습니다.

3. 역사적 맥락

  • 고대 사바(Saba) 민족: 남아라비아의 사바 민족은 일마까(Ilmaqah) 신에 대한 신앙을 기반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사바는 여러 샤으브(sha’bs)의 연합체였으며, 새로 편입되는 집단은 마립(Marib)으로 순례를 가서 신의 **‘입양된 자녀’**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 연합체의 지도자인 **므카르릅(mkrb)**은 ‘통합자’의 상징적 존재였습니다.
  • 무함마드와 이슬람: 이븐 할둔은 무함마드가 “이슬람의 말씀으로 아랍인들을 모았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혈연 중심의 부족 질서를 넘어선 새로운 연대, 즉 **아사비야(’asabiyyah, 집단 연대)**를 형성한 사건이었습니다. 무함마드가 이룬 통일은 정치적·종교적 차원에서 모두 궁극적이었으며, ‘하나의 정치 체제, 하나의 신’을 구현했습니다.
  • 슈으비야(Shu’ubiyyah) 운동: 9세기 중반 등장한 이 운동은 스스로를 **‘민족들(shu’ub)’**이라 지칭하며, 혈통보다는 지리적·문화적 기반을 중시했습니다. 이는 아랍 정체성의 독점적 정의에 대한 비판이자, 민족 개념의 재해석이었습니다.

4. 현대적 맥락

근대 이후 ‘시민(citizens)’을 뜻하는 아랍어는 처음에는 ‘신민(subjects)’을 뜻하는 라이야(ra’iyyah)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부족과 대비되는 샤으브(민족) 개념을 거쳐, 결국 오늘날에는 ‘동포’를 뜻하는 무와티눈(muwatinun)이라는 냉정하고 추상적인 용어로 변해 갔습니다. 이는 현대 아랍 세계에서 ‘시민’ 개념이 제도적·사회적으로 미완의 상태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리하자면, 샤으브(Sha’b)는 아랍 사회의 근본적인 이중성(연합과 분열)을 압축하는 개념으로, 부족 사회(까빌라)와 대비되는 정착민 민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고대 남아라비아 사바의 통합 모델과 무함마드의 공동체 형성, 그리고 이후의 아랍 정체성 논의 속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샤으브는 곧 아랍인의 집단 정체성과 통일의 이상을 담은 다층적이고 핵심적인 언어적 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