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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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다는 감정이 얼마나 큰 자산이었는지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대표적인 체중 감량 브랜드 ‘웨이트워처스(WeightWatchers)’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963년에 주부 진 니디치(Jean Nidetch) 여사가 창립한 이 회사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보다 더 큰 무언가를 선물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같이 한다”는 감정, 공감과 동행의 힘이었습니다.

웨이트워처스가 처음부터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살을 빼는 방법을 알려주어서가 아닙니다.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고단한 하루 끝에 냉장고 문을 열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이들에게,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주부들이 마작 대신 주간 모임에 나가 서로의 식단을 나누고, 체중 변화에 울고 웃던 공간. 어느 날은 실수하고도, 어느 날은 작지만 값진 성과를 나누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던 그 자리.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연대의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획기적인 신약(GLP-1 계열 체중 감량 주사)이 다이어트 시장의 중심에 섰습니다. 주사 한 방이면 식욕이 줄고 체중이 내려가니, 굳이 모임에 나가 이야기하고, 응원받고, 반성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론 의학의 진보는 분명히 환영할 일입니다.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같이 이 길을 걷는 사람들”, 그 존재가 주던 위로와 따뜻함, 그리고 용기입니다.

다이어트는 단지 몸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을 바꾸고, 욕망을 다스리고, 때로는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여정 속에서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우리는 점점 혼자 사는 법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친구를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대화를 대신하는 시대. 그러나 사람은 여전히 사람으로부터 치유받고, 사람으로부터 동기부여를 받는 존재입니다.

웨이트워처스의 파산 소식은 단순한 기업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우리가 어느새 잊고 있었던, ‘같이 한다는 감정’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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