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최근 일본에서는 곰 출몰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만 13명이 곰 공격으로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는 소식은 한국에서도 크게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현실적인 위험보다 더 빠르게 확산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AI 가짜 곰 영상’입니다. 실제보다 훨씬 자극적인 장면을 합성한 영상들이 마치 지금 당장 벌어진 일처럼 공유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서도 야생동물의 도심 출몰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강북·도봉·서초·송파 등지에서는 멧돼지나 고라니가 주택가에 나타났다는 신고가 반복되고, 아파트 단지에서 너구리나 오소리가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보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자연과 도심의 경계가 뚜렷했지만, 지금은 생태계 변화와 도심 확장, 녹지 연결성 증가 등으로 야생동물의 생활권과 사람의 생활권이 겹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환경 이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NS와 포털 커뮤니티 같은 비공식 채널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이나 과장된 사진이 빠르게 퍼집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촬영된 멧돼지 난동 장면이 ‘서울에서 찍힌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재유포되거나, 오래된 CCTV 영상이 ‘오늘자 사고’처럼 다시 떠도는 일이 반복됩니다. 가끔은 AI 기술로 자연스럽게 합성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니어뿐 아니라 젊은 사람도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극적인 영상이 반복되면 시민들은 실제 위험 신호가 발생했을 때 “또 가짜가 퍼지겠지”라며 경고를 가볍게 여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이 아닌 사건이 ‘실시간 상황’으로 잘못 알려져 주민들이 불필요한 불안에 사로잡히고, 행정기관에 신고가 쇄도해 대응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서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 공포는 배가되고, 사실 확인은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야생동물 출몰 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강조합니다. 갑자기 마주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촬영을 위해 접근하지 말고, 동물을 자극하는 행동을 피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움직임은 야생동물의 공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뒷걸음질하며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119나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입니다. 또한 도심으로 내려오는 동물의 대부분은 먹이를 찾기 위한 경우가 많으므로, 생활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시니어 세대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정보 분별력’입니다. 이제 영상이라고 해서 모두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영상이기 때문에 더 쉽게 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건강, 안전, 금융 분야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가짜 정보가 퍼지며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출처를 확인하고, 자극적이고 믿기 어려운 정보는 우선 의심하고, 공식 경보·문자를 최우선으로 신뢰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모호할 때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불필요한 불안과 실수를 줄이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곰 출몰과 가짜 영상의 확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도시화, 고령화, SNS의 속도, AI 기술의 발전 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시대에는 ‘정확한 정보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 자원이 됩니다. 서울 역시 비슷한 환경 변화 속에 있기 때문에, 시민 모두가 균형 잡힌 정보 이해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가 이러한 변화에 잘 적응한다면 개인의 안전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의 신뢰와 대응력도 함께 강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