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12-19-0600#208

– 기업과 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자연 리스크’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자연 훼손이 더 이상 환경 전문가나 정책 담당자만의 고민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의 경영 전략뿐 아니라 우리 일상과 건강, 특히 은퇴 이후의 삶을 포함한 장기적 안정성에도 깊이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영국 테스코(Tesco) 전 최고경영자 데이브 루이스의 최근 기고문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그는 “자연 리스크는 곧 비즈니스 리스크이며, 식량 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 메시지는 기업 경영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귀 기울여야 할 내용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이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변하거나 식품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고정 소득에 의존하는 노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활 비용 부담은 고령층에게 훨씬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루이스 전 CEO가 던진 경고를 중심으로, 왜 지금 ‘자연 리스크’가 기업과 사회 전체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관점과 대비가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연을 당연하게 여긴 산업 구조,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식품 기업은 오랜 기간 자연을 ‘무한한 자원’처럼 취급해 왔습니다. 토양은 매년 비슷한 수확을 보장해줄 것으로, 기후는 예측 가능한 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암묵적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토대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가뭄, 폭우, 홍수, 산불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농업 생산량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올해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또한 폭염과 이상 기후로 배추·양파·감자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으며, 이는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식생활과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기후 충격은 곧바로 일상생활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2030 약속’이 지지부진한 이유

루이스 전 CEO는 WWF-UK 의장으로 활동하며 영국 주요 슈퍼마켓과 함께 2030년까지 자연 훼손 영향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동 선언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목표에서 한참 멀어져 있습니다. 영국 식료품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는 10대 슈퍼마켓 중 대부분이 설정된 일정에 크게 뒤처져 있고, 시범 사업은 존재하지만 전체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SG 경영이 강조되고, 기업들은 환경친화적 경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급망 전반을 바꾸거나 농업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실질적 실행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단기적 비용 상승을 우려하거나, 환경 관련 투자와 변화가 가져올 중장기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연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이자 소비자 리스크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기업의 생물다양성 리스크 노출도와 주가 실적 간의 상관관계를 제시합니다. 자연 훼손이 심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료나 농산물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시장 변동성과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위험 신호이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리스크는 시니어 세대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은퇴 이후 소득은 제한적이고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는데, 여기에 식료품 가격 상승까지 겹친다면 생활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식량 시스템의 변화는 더 이상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애 재무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기업 이사회가 왜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가

루이스 전 CEO는 자연 리스크를 “이사회 수준의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환경 문제가 ‘기술적 개선’이나 ‘사회공헌 활동’의 범주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기업의 생존 전략과 경영 의사결정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ㆍ향후 10년 동안 기후 변화는 우리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ㆍ가격 변동성이 심해지면 소비자 구매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ㆍ자연 기반 산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어떤 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하는가?

시니어 독자 관점에서도 이러한 기업의 대응은 은퇴 후 생활물가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기업의 기후 리스크 대응 수준은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먹거리의 가격과 품질을 직접적으로 좌우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가져야 할 관점과 대응

기후 변화는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는 몇 가지 점에서 더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합니다.

생활비 구조 점검:
식료품 가격 상승은 필수지출 증가로 이어지므로, 장기적 예산 배분에서 식비의 비중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 관리의 중요성 강화:
기후 변화는 식품 생산량뿐 아니라 영양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식단 유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정책·기업 변화에 대한 관심 유지:
기후 리스크 대응 수준에 따라 본인의 소비 비용과 생활 안정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업의 ESG 활동,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 등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사회 참여와 정보 공유:
시니어 커뮤니티는 기후·건강·식품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공동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연 리스크를 외면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루이스 전 CEO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매우 근본적입니다.

“만약 우리가 더 이상 식량을 재배할 수 없다면, 기업은 무엇을 팔 것인가?”

이는 식품 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안정적인 기후와 자연 생태계는 경제 활동의 ‘보이지 않는 기반’입니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산업도, 소비도, 가계도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이미 수십 년의 삶을 통해 위기와 변화를 경험해 오셨습니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또 다른 형태의 구조적 변화이며, 이는 다음 세대뿐 아니라 현재 세대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업과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안정성 역시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 리스크 대응은 미래세대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