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洗いざらい(あらいざらい, 아라이 자라이, 모든 것을 털어놓기; Letting It All Out)
일본의 법 집행 기관은 전통적으로 범죄 용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구타나 고문을 사용할 권리와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역사 영화나 텔레비전 사극에는 지방 사무라이 관리들이 용의자를 손에 매달아 대나무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현대 영화에서는 형사나 경찰 영웅이 용의자를 구타하는 장면이 흔히 묘사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구타가 용의자가 자백하거나 죽을 때까지, 혹은 경찰 이외의 누군가가 무죄임을 입증할 증거를 가져올 때까지 계속되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감옥과 구치소의 실태를 고발한 보도들이 있었는데, 외국인 수감자에게는 바닥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규정조차 일본인과 달리 고문처럼 작용한다고 지적됩니다.
일본 사법 제도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하고 참회의 뜻을 표하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일본인들에게 범죄를 자백하지 않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나쁜 것으로 간주됩니다. 봉건시대에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대부분 사형이었으나, 때로는 깊은 참회를 표하면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관대한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도 ‘洗いざらい(あらいざらい, 아라이 자라이, 모든 것을 털어놓기; Letting It All Out)’는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신성한 의무처럼 여겨집니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에서 이 관습은 중요합니다. 기업 임원이나 정치인 등은 범죄 혐의로 체포되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그 대가로 참회와 협조를 이유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인들은 이제는 물리적 강압이 없이도 체포된 사람이 아라이자라이할 것을 당연히 기대합니다. 이는 과거 고문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 신속한 자백이었던 시대의 잔재로 보입니다. 반면 외국인 용의자들이 무죄를 주장하거나 끝내 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일본인들에게 오만하고 비합리적으로 비칩니다. 오랫동안 막강한 권위를 지닌 막부와 사무라이 계급의 오만함을 견뎌온 일본인들은 이러한 태도에 특히 예민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는 용의자나 수감자는 ‘洗いざらい(あらいざらい, 아라이 자라이, 모든 것을 털어놓기’를 따른 사람들보다 더 가혹하게 대우받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즉시 그것을 인정하고 철저히 설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이는 외국인이 일본 비즈니스 관습을 배우는 과정에서 흔히 겪는 일입니다.
또한 외국인은 앞으로 자신이 저지를 수도 있는 실수에 대해 미리 사과하는 관습을 받아들이면 관계에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일본인과의 대화에서 절대적인 표현을 피하고, ‘조정의 여지’를 남기는 태도를 갖는 것도 현명한 습관입니다. 이는 일본인들의 마음에 깊이 와닿는 소통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에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