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々しい( 女女しい, めめしい, 메메시이, 여성스럽다, Unmanly)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미국인과 다른 서양인들은 일본인을 조롱하곤 했습니다. 그들은 일본인의 체격이 작고, 안경을 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비웃으며, “저들은 눈이 나빠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했습니다.
언론인과 사설 필자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까지도 일본인은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없다고 퍼뜨렸습니다. 영국군은 일본군이 말레이시아 정글을 통과해 병력과 무기를 운반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국경선 방어선을 구축하라는 조언조차 무시했습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이들이 일본인을 과소평가한 결과, 일본은 이후 중국의 대부분, 동남아시아 전역, 그리고 남서태평양의 상당 부분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쟁 중, 일본인은 숙련되고 효과적인 전사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들은 작고 불리한 조건을 굳은 의지와 끈기로 보완했고, 서양인들이 이전에는 본 적 없는 강인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을 ‘열등한 민족’으로 보는 서양의 시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패전하자, 그 옛 이미지가 다시 강력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전후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급속히 부활하자,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큰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믿어온 일본인 이미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내내 일본에 거주하던 미국인들은 일본이 그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기 위해 갖가지 논리를 내세웠지만, 그 대부분은 일본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일본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일부 미국인 기업인조차, 일본인을 문화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기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며, 그 차이는 바로 ‘女々しい( 女女しい, めめしい, 메메시이, 여성스럽다, Unmanly)’ 라는 단어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이 단어는 ‘여성스럽다’, ‘남자답지 않다’를 의미하며, ‘女々しいもの(めめしいもの, 메메시이모노) 는 영어의 ‘겁쟁이(sissy)’나 ‘나약한 사람(wimp)’에 해당합니다.
일본 문화는 본질적으로 ‘여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수동성, 섬세함, 깔끔함, 배려, 감정, 직관, 미학적 감수성 등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전통적으로 서양인들이 여성에게 연관시키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서양 남성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일본 남성의 행동 중 상당 부분은 ‘여성스럽다’고 인식되었습니다. 여기에 일본 남성의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이 더해지면서, 서양인들은 일본 남성을 나약하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물론 일본인들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서양과 전혀 다르게 해석합니다. 일본에서 진정한 남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허세를 부리지 않으며, 어떤 역경 속에서도 조용히 인내함으로써 자신의 강인함과 덕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본 남성은 자신의 명예, 가족의 명예, 그리고 자신이 속한 회사나 국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헌신함으로써 남성다움을 드러냅니다.
서양의 관점에서 남자다움은 일반적으로 자기 주장과 힘이 세고, 지배력이 왕성하며, 조용하거나 감정을 절제하는 태도를 남자답지 못해 나약하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식 남성성에는 보다 낮은 차원의 표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술을 자주 마시거나, 여러 여성과 자유롭게 어울리거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무자비할 정도로 냉혹하게 행동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일본의 권력자 대부분은 뒤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명령하거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감정적 호소력—즉, 서양에서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방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합니다. 이러한 인물들이 사리사욕이 아닌 공익과 명예를 위해 움직인다고 여겨질 때, 부하나 대중은 자발적으로 그들을 따릅니다. 그들은 큰소리로 지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암시만 주면, 사람들은 그 뜻을 이해하고 행동합니다.
일본에서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존경해야 할 남자, 그리고 두려워해야 할 남자는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강자라는 뜻입니다. 이는 미국이나 서양 사회에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소리를 높이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결국, 서양 남성들이 일본 남성의 상당수를 메메시이(나약하다) 고 보는 경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오독은 서양 기업인들이 일본에서 인재를 평가하거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택할 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들어 일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 커플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한국 남성의 ‘남성다움’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