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12-19-1800

–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 끈질김, Fight to the Death)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태도와 행동 양식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많은 특징들이, 일본 열도를 지배해 온 기후의 대비성,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종종 파괴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깁니다.

홋카이도를 포함한 네 개의 주요 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조차 기후가 극단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 열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더위와 추위, 비와 바람이 크게 변하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여름 말과 초가을에는 태풍이 오키나와와 규슈의 남부 지역을 반복적으로 강타하고, 겨울철에는 혼슈 본섬의 중앙 산악지대와 일본해 연안, 그리고 홋카이도가 폭설에 뒤덮이는 일이 흔합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열도는 수세기에 걸쳐 지진과 해일, 대화재로 체계적으로 황폐화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재난들은 종종 도시 전체나 광범위한 지역을 집어삼켰으며,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은 강인함과 회복력을 갖추도록 길들여졌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인들에게는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 즉 ‘완강함’ 또는 ‘끈질김’이라는 성질이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시부토사는 약 700년 동안 일본을 지배했던 사무라이 지배 계층이 가장 중시했던 특성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사무라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견뎌내는 법을 배웠으며, 적에게 후퇴하거나 항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또한 어떤 경쟁이나 전투에서든, 궁극적인 승리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기술’이 아니라 ‘정신력’이라는 점을 교육받았습니다.

일본인의 성격을 형성한 다른 문화적 요소들 역시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극도로 양식화된 예절 체계, 최대 30년에 이르기도 하는 제도화된 도제식 수련 시스템, 그리고 매우 높은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표의문자 중심의 문자 체계는 모두 일본인들의 삶 속에서 시부토사의 위력을 키워온 요소들입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고집스럽다는 평판을 잘 알고 있으며, 시부토사를 가장 존경할 만한 자질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 일본이 이룩한 비범한 성공의 중요한 원인으로 이를 당연하게 인정합니다. 이러한 일본적 성향이 가까운 시일 내에 크게 약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국내적으로 일본인들 대부분은 매력적인 교육 및 고용 기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극심한 경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물러설 수 없는 승부’, 즉 ‘죽느냐 사느냐’의 자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수많은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경계를 늦추는 순간 집어삼켜질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시부토사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가장 첫 번째 방어선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일본 문화에서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와 역사 속에서 형성된 태도와 가치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이 표현에 흔히 붙는 영어 번역인 “Fight to the Death” 역시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해당 개념이 지닌 문화적 성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용어의 기본 의미를 살펴보면,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일본어 형용사 ‘渋太い(しぶとい, 시부토이)’에서 파생된 명사로, 사전적으로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질, 끈질김과 완강함, 그리고 압박이나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버텨내는 성향을 뜻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집요함’이나 ‘고집스러움’에 가까워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일본 사회에서 이 단어는 단순한 성격 묘사를 넘어, 상황이 불리해져도 끝까지 견뎌내는 생존의 태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가 영어로 종종 “Fight to the Death”로 번역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인내나 참음의 차원을 넘어, 후퇴나 타협을 거의 전제하지 않는 지속성과 결연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싸움’은 반드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승리를 목표로 한 경쟁이라기보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설령 패배가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중도 포기라는 선택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이 이 개념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Fight to the Death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의 사투라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겠다는 결의를 강조한 번역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일본 사회에서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 양면적 개념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긍정적인 맥락에서는 장인 정신에서 드러나는 집요한 완성도 추구,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이나 맡은 역할을 끝까지 지켜내는 태도, 그리고 외부의 압력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개인의 내구성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경우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의 자질로 평가되며, 책임감과 성실함의 근거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부정적인 맥락에서는 상황 변화에 맞추어 물러서지 못하는 완고함, 손해가 명백함에도 체면이나 관성 때문에 계속 버티는 태도, 그리고 합리적인 철수보다 ‘버티는 것 자체’를 미덕으로 착각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유연성의 결여나 비효율을 낳는 원인으로 지적되며, 조직이나 개인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태도로서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의 본질은 감정적인 열정이나 공격성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이 없어도 지속하려는 자세, 보상이 불확실하거나 명확하지 않아도 맡은 역할을 유지하려는 태도, 그리고 설명하거나 항변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버텨내는 자세에 그 핵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는 일본 문화의 다른 개념인 ‘我慢(がまん, 가만, 참을성, 인내)’이나 ‘仕方がない(しかたがない, 시카타 가 나이, 어쩔 수 없다, 체념=’仕様がない(しょうがない, 쇼가나이)’와 함께 이해되곤 합니다. 다만 ”我慢(がまん, 가만, 참을성, 인내)’이 주로 ‘참음’이나 ‘억제’에 가까운 개념이라면, ”仕方がない(しかたがない, 시카타 가 나이, 어쩔 수 없다, 체념=’仕様がない(しょうがない, 쇼가나이)’는 상황 속에 끝까지 남아 있으려는 지속성과 고착성에 더 무게가 실린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渋太さ(しぶとさ, 시부토사)’란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버티는 태도가 아니라, 물러나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남아 있으려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Fight to the Death라는 번역은 과장된 전투적 표현이라기보다, 일본적 끈질김이 지닌 비타협성과 종결을 거부하는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해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