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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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는 산책이 머릿속을 정리해 줍니다”

시그나 헬스케어 스페인 대표 후안 호세 몬테스, 일상의 여백이 주는 힘을 말하다

바쁜 경영인일수록 오히려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역설이 있습니다. 기업 건강 보험 시장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보험사 시그나 헬스케어(Cigna Healthcare)의 스페인 대표 후안 호세 몬테스(Juan José Montes, 마드리드, 1967년생)는 바로 그 역설을 몸소 실천하는 경영인입니다. 스페인 경제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가 2026년 4월 26일 자 비즈니스 섹션 인터뷰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완벽한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계획이 필요 없는 모든 것”이라는 짧은 한 마디였습니다. 업무 특성상 분 단위로 짜인 일정을 소화하는 그이기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간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는 시계를 보지 않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걷는 것이 머릿속을 가장 효과적으로 정리해 준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무목적의 산책이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면을 환기하는 일상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그가 가장 즐겨 하는 활동은 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하는 마드리드 도심 산책입니다. 거리에 사람이 채 깨어나지 않은 시각에 집을 나서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두르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 두 사람의 일상적인 루틴입니다. “업무와 분리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한 활동들로 일상의 속도를 조절하려 한다”는 그의 말에는, 바쁜 현대인이 잃어버리기 쉬운 균형 감각을 지켜나가는 소박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츠와 독서도 즐기지만, 이 이른 아침의 산책이야말로 하루를 여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

여행에 관해서는 아내, 딸과 함께한 부다페스트(Budapest) 방문을 가장 애착이 가는 기억으로 꼽았습니다. 원래 출장으로 시작된 일정이었지만, 며칠 더 머물며 가족이 합류하면서 뜻하지 않게 가족 여행이 된 것이 특별한 인연으로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여행이 기억에 남기 위해 반드시 세상 반대편으로 멀리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이 소박한 통찰은, 이동이 쉽지 않은 시니어 세대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주는 말입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는 코스타리카(Costa Rica)를 꼽았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는 특히 활기를 띠었습니다. “노래는 단 몇 분 만에 하루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1980년대 스페인 팝과 팝 록(Pop Rock)을 즐겨 들으며, 스페인 출신 팝 스타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의 음악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록 밴드 후티 앤 더 블로우피쉬(Hootie & The Blowfish)의 음악도 즐겨 듣고 있다고 하면서, “그 좋은 감정들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그룹”이라고 소개했습니다.

TV 시리즈에 대한 취향 역시 뚜렷합니다. 시즌이 짧고 에피소드 분량이 과도하지 않은 작품을 선호하며, 완벽한 해피엔딩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드라마에 끌린다고 했습니다.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는 HBO의 범죄 미니 시리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Mare of Easttown)과 넷플릭스의 서부극 미니 시리즈 아메리칸 프리미벌(American Primeval)을 꼽았습니다.

후안 호세 몬테스 대표의 이야기가 시니어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화려한 휴가나 값비싼 취미가 아니더라도, 계획 없이 걷는 아침 산책 하나, 좋아하는 음악 한 곡, 가까운 곳으로의 소박한 여행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상의 여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그의 습관은,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오늘 이른 아침,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동네를 한 바퀴 걸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