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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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교통 혁명’으로 가는 길
– 2025년까지 100%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목표

핀마르크, 노르웨이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전기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북극권에 위치한 이 외딴 지역은 순록의 수가 사람보다 많고, 겨울에는 눈사태로 도로가 차단되며 해가 몇 주씩 뜨지 않기 때문에 ‘주행 거리 불안’이란 말이 새삼 다르게 들립니다.

하지만 오늘날, 노르웨이에서는 새로 판매되는 자동차의 거의 대부분이 전기차입니다. 특히 핀마르크와 같은 극북 지역에서도 이 현상은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북부 최북단 지역에서조차 말이지요.

노르웨이 전기차 협회(NEVA)의 크리스티나 부회장은 “노르웨이는 교통 혁명을 이뤄낸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입니다”라고 평가합니다. 2025년 5월 31일, 미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칼라 아담(Karla Adam)기자가 쓴〈혹한의 나라, 어떻게 전기차 강국이 되었나? 「How a freezing country embraced EV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알타(Alta)에 있는 스코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직원 외르얀 드라그달 씨는 전시장에 있는 차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 있는 모든 차량이 내연기관차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부 전기차입니다.”

2024년 기준,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의 약 93%가 전기차이며, 전체 등록 차량의 25%가 전기차입니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간은 전체 차량 판매의 97%가 전기차였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지난해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는 약 8%에 불과했고, 유럽 전체 평균도 27%였습니다. 드라그달 씨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런 변화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주행 거리 불안”? 노르웨이에선 걱정 없습니다

노르웨이에는 60,000마일(약 96,000km)에 달하는 도로망이 피오르와 산악 지형을 가로질러 깔려 있습니다. 그런 극한의 환경에서도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핀마르크 주의 알타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한 남성은 충전소에서 자신의 차를 충전하면서 “이젠 전기차가 너무 익숙해서 다른 차량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2024년 현재 알타에서 판매된 신차의 74%가 전기차입니다.

노르웨이의 교통 혁명: 25년의 시간

노르웨이는 지난 25년간 운송 수단의 전환을 위해 꾸준히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석유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는 휘발유와 디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섰습니다.

2001년부터 노르웨이는 전기차에 대해 등록세,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었고, 혼잡통행료 면제, 주차 무료, 전용차로 사용 허용 등의 실질적인 혜택도 제공하며 초기 수요를 이끌었습니다.

2025년까지는 일반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지금도 그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 전기차 보급의 핵심

국가도로관리청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약 80km마다 고속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700개 이상의 급속 충전소가 구축되었습니다. 쇼핑몰, 마트, 산악 지역까지 다양한 곳에 충전소가 설치되어, 기후나 지형 조건에도 불구하고 충전 접근성이 높은 편입니다.

핀마르크 주 보건 담당 공무원은 “겨울철이 되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충전소의 위치와 접근성은 매우 중요합니다”라며, 공공 영역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와 민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은 현재 약 17만 개의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어 전국 주유소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법을 통해 75억 달러를 충전 인프라에 투자하며, 50만 개의 충전소 설치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규제 승인 절차와 전력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진척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100% 전환이 가능할까?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전기차 외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며, 정부 지원책도 점진적으로 축소될 예정입니다.

노르웨이 자동차협회의 얀 아스레 센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이 정도까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전기차는 시장이 만든 변화가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사회적 변화입니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사례는 단순한 교통 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인프라 투자, 사용자 중심의 혜택 설계가 결합될 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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