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4일

조직 관리의 현장에서 매뉴얼을 다룰 때, 수많은 실무자와 리더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창의성과 규율의 관계입니다. 매뉴얼을 대하는 태도는 일본의 무도(武道)나 다도(茶道)에서 유래한 철학인 수파리(守破離, しゅはり)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비로소 그 진정한 효용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매뉴얼을 수파리, 그중에서도 특히 수(守)의 관점에서 철저히 따라야 할까요? 그 이유를 경영 현장의 언어로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첫째, 수(守) 단계의 철저한 준수 없이는 성장을 가로막는 자기 방식(自己流)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갓 들어온 신입 사원이나 경력직 입사자들은 흔히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처음부터 기존의 방식을 변형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을 도입하려 합니다. 그러나 경영학적 관점에서 볼 때,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창성은 개성이 아니라 그저 나쁜 버릇이자 비효율일 뿐입니다.

수파리에서 수(守)는 스승의 가르침, 즉 조직의 매뉴얼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지키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고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게 두면, 그 직원은 조직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성공의 노하우를 흡수하지 못한 채 성장이 멈춰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이 매뉴얼을 100% 재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개인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따르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길입니다,.

둘째, 매뉴얼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조직이 찾아낸 성공의 재현성(再現性)을 담보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매뉴얼을 ‘귀찮은 규칙’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매뉴얼은 조직이 과거에 겪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성공 패턴(Winning Pattern)의 결정체입니다. 마치 맛집의 비법 소스 레시피와도 같습니다.

누가 요리하든 똑같은 맛을 내야 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기업 조직 또한 특정 인재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누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매뉴얼을 수(守)의 관점에서 따른다는 것은, 나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입증한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대입하여 확실한 정답을 맞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재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조직은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는 속인화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셋째, 진정한 파(破)와 리(離), 즉 혁신은 완벽한 모방 끝에 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매뉴얼대로만 하면 로봇이 되어버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수파리 철학은 매뉴얼에 갇히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수(守)를 통해 기본형을 완전히 몸에 익히고 나면, 그때 비로소 기존의 형식을 깨뜨리는 파(破)와, 스승의 가르침을 떠나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는 리(離)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본 레시피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요리사만이 재료를 변형하여 더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듯이, 비즈니스에서도 매뉴얼을 완벽히 숙지하고 실행해 본 사람만이 그 매뉴얼의 한계를 발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업데이트할 자격을 얻습니다. 기본 없이 부리는 기교는 혁신이 아니라 방종입니다.

따라서 조직은 먼저 철저한 수(守)를 요구하고, 그 위에서 성과를 증명한 사람에게만 파(破)와 리(離)의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매뉴얼을 수파리 관점에서 따라야 하는 이유는, 조직 구성원의 섣부른 자기 방식을 차단하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검증된 성공 패턴을 통해 누구나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뒤, 그 단단한 기반 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개선과 혁신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을 배제하고 시스템으로 승리하는 조직의 핵심 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