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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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바르텔미가 말하는 인생의 조용한 고백

나이가 들수록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나는 어딘가에 뒤처진 채 멈춰 서 있는 느낌 말입니다. 미국 작가 프레데릭 바르텔미(Frederick Barthelme)의 단편소설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그런 인생의 정지 화면 속에서 나를 비추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1943년생인 바르텔미는 인생의 후반부, 특히 중년 이후의 공허함과 인간관계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입니다. 최근 출간된 『The Great Pyramids』는 그가 40년 넘게 써온 단편소설들 가운데 70여 편을 모은 방대한 작품집입니다. 남부 미국의 평범한 도시를 배경으로, 크고 화려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균열과 조용한 상실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시니어 독자에게 특히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처럼 한때는 분주하게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오래된 연인을 그리워하며,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마트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삶은 여전히 흘러가지만, 뚜렷한 방향 없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들의 대화는 겉보기에 소소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과 미련이 녹아 있습니다.

바르텔미는 이렇듯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의 심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가?”

이 질문은 바로 오늘, 우리의 삶에도 던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은퇴 이후, 아이들은 떠나고, 하루하루가 평온하면서도 허전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셨을 겁니다.

『The Great Pyramids』는 그 답을 말해주기보다, 그런 고민을 이해하고 함께 머물러줍니다. 이 책 속 인물들은 무언가 대단한 결단을 내리거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오늘 하루를 견뎌냅니다. 익숙한 곳을 산책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조금은 서툰 방식으로 서로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데도 가지 않음’이 어쩌면 삶의 또 다른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책을 덮고 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어쩌면 거창한 목표보다, 작고 평범한 순간들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고요.

프레데릭 바르텔미의 소설은 시끄럽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위로는 조용히 마음 깊이 스며듭니다. 오늘 하루가 허전하신가요? 한 페이지라도 이 책을 함께 넘겨보시길 권합니다. 어쩌면 멈춰 선 자리에서 다시, 나를 이해하는 길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 『The Great Pyramids』는 Arcade 출판사에서 출간된 프레데릭 바르텔미의 대표 단편 모음집입니다. 시니어 독자분들께 따뜻한 독서 경험이 되어드릴 수 있는 책입니다. The Great Pyramids By Frederick Barthelme Arcade, 504 pages, $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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