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3929_7168_4420

– 영국의 조용한 장례 혁신

영국에서는 지금, 조용하지만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불꽃 속에 보내거나, 땅속에 고이 묻는 방식으로 이별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방식에 또 하나의 선택지가 추가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물 화장’입니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의 법률위원회는 최근, 장례 제도를 새롭게 손질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그 핵심에는 ‘알칼리성 가수분해’, 일명 ‘물 화장(liquid cremation)’이라는 생소한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고온의 물과 알칼리성 화학 물질을 이용해 시신을 부드럽게 분해한 뒤, 남은 액체는 정화 과정을 거쳐 하수 시스템을 통해 자연으로 되돌리는 절차를 따릅니다. 분해되지 않은 뼛가루는 유골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매장을 위한 부지 확보가 필요 없으며, 화장보다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미 스코틀랜드 일부 지역과 북아일랜드에서 비공식적으로 이 기술이 시험되고 있으며, 북미와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상용화된 사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물에 녹여 하수로 흘려보낸다’는 방식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윤리적 기준이나 문화적 감정이 첨예하게 얽히는 분야이기에, 모든 이가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처럼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중시해온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탄소 배출과 토지 부족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장례조차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영국은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법률 제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만약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향후 2~3년 안에 이른바 ‘물 화장’이 공식적으로 장례 선택지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전통적인 시스템을 넘어서는 장례 문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록 문화적 저항이 존재하지만, 환경 보전, 공간 절약, 비용 절감이라는 명확한 이점 덕에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장례 방식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는 만큼, 이번 영국의 시도는 우리에게도 미래형 사회 시스템의 전형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낯설고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내가 떠난 뒤 남기는 마지막 흔적마저도 지구를 덜 괴롭히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겠습니다.

이 조용한 장례 혁신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그 마음만큼은 언제나 따뜻하고 깊어야 하니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