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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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눈 쌓인 길목에서 한 대의 작은 배달 로봇이 넘어져 있습니다. 로봇의 이름은 ‘피네건’. 지나가던 시민이 일으켜 세우며 ‘직원이 출동 중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립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귀엽다고 사진을 찍고, 또 다른 이는 ‘사람이 아니지만 뭔가 정이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로봇은 단지 공장에서 조립하거나 대형 물류창고에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버거, 피자, 커피 같은 일상적인 음식을 도시 거리와 대학 캠퍼스를 오가며 배달하는 새로운 ‘거리의 일꾼’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외식 업계에서는 이 로봇들이 ‘새로운 동료’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과연 모두에게 반가운 일일까요?

낯선 친구, 로봇의 등장

캘리포니아, 시카고, 뉴욕 등 미국의 도시와 대학 캠퍼스에는 100파운드(약 45kg) 안팎의 작고 네모난 로봇들이 유령처럼 조용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자동 배달 로봇으로, 인공지능과 GPS, 센서 등을 이용해 정해진 목적지까지 스스로 움직입니다.

‘피네건’, ‘코코’, ‘폴아웃’ 등 이름도 사람처럼 붙여지고, 때로는 귀엽게 디자인된 외형 덕분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눈길을 못 건너 넘어지기도 하고, 차에 치이는 상황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로봇을 일으켜 세우며 마치 어린 동물에게 하는 듯한 애정을 보입니다.

로봇과 인간 사이, 정(情)과 거리감

그런데 이 모습에 대해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학생들은 로봇을 장난감처럼 여기고 위에 올라타거나, 길을 막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밥을 먹는 게 사라진다면,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라며 로봇에 대한 반감을 표합니다. 실제로 몇몇 소비자는 이런 로봇 배달이 ‘사람 간 교류의 단절’을 불러올 수 있다며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인간 중심 사회에서의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불편함이자 경계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키오스크나 자동응답기에 응대받을 때 느끼는 정서적 허전함과 닿아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 ‘로봇 일상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년기에는 변화에 적응하기가 젊은 세대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기술 변화는 속도가 빠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도 복잡합니다. 배달 로봇 하나에도 사회의 노동 구조, 인간 관계, 도시 구조, 심지어 외로움이라는 감정까지 얽혀 있습니다.

로봇을 마냥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환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로봇이 단순히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적인 교류를 대체하려 든다면, 시니어 세대는 그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노년기야말로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식당에서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배달원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주고받는 일상의 정(情)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디지털 친화적 시니어’의 선택

다행히도, 우리는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하고, 은행 앱을 사용하며,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는 수많은 시니어들이 계십니다.

배달 로봇이 집 앞까지 오는 시대에, 우리는 그들을 단지 기술의 산물이 아닌, 사회 변화의 신호로 읽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귀엽다”에서 그치지 않고, “무엇이 더 사람다운가?”를 질문하는 것이 바로 시니어 세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우리는 로봇과 함께 살아가야 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건, 로봇에게도 예의를 지키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길 위의 피네건에게 미소를 보내되, 사람과의 연결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기술 시대의 품격 있는 시니어의 자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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