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국제 뉴스에서 한일 또는 미일 무역 갈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그 갈등의 중심에는 우리가 익숙한 두 가지 물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와 쌀입니다. 복잡한 국제 무역 구조 속에서도 이 두 품목은 여전히 각국의 정치와 경제 이해관계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 이야기는 단순한 뉴스가 아닙니다. 산업화와 글로벌화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온 우리 세대에게 ‘무역 분쟁’은 삶의 현장과도 연결된 문제입니다.
자동차: 미국의 관세, 일본의 시장 진입 장벽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산 자동차, 특히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관세를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일본은 이에 맞서 에너지, 방산, 조선 분야에서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겠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를 만족스럽지 않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자동차 시장의 공정한 접근’입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외면하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이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일본 내 기술 규제나 안전기준 등이 미국 업체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간접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쌀: 문화와 자존심이 얽힌 상징적인 상품
반면 일본이 미국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방어하는 품목은 쌀입니다. 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닙니다. 일본인의 식문화와 농업 기반,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정체성까지 담고 있는 ‘상징적 자원’입니다. 일본은 현재 수입 쌀에 대해 kg당 약 3,300원 상당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연간 일정량만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가공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며 일반 시장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산 쌀의 시장 진입은 제한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비공정 무역’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쌀 산업이 무너지면 농촌 경제가 타격을 입고 고령화된 농민층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수치와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와 식량 안보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시니어가 보는 무역 전쟁의 이면
이처럼 자동차와 쌀을 둘러싼 미일 간의 공방은 단순한 상품 교환 문제가 아닙니다. 각국의 정치적 계산, 산업 보호, 국민 감정, 그리고 식생활 문화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이러한 문제를 단지 국제 뉴스로만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거 산업화 시절 수출주도 성장 전략의 수혜자이자, 농업 보존 정책의 이해당사자로서 양쪽을 모두 경험해 본 세대입니다.
지금도 많은 시니어는 농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은퇴 이후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는 기술의 발전이자 새로운 소비 형태이지만, 동시에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균형 있는 해법은 가능한가
이제 필요한 것은 ‘무역 자유화’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고령층과 농촌, 전통산업을 포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입니다. 기술과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에 발맞추되, 전통과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쌀과 자동차’의 갈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뉴스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더욱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떤 산업을 지켜야 하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하는가? 그 답은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삶의 방식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