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8일
#085

– 러시아의 감자 부족 사태와 경제 위기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진 감자 부족 사태는 단순한 농작물의 수급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한 나라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 전반의 균형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시니어 세대에게는 과거 한국전쟁 후 식량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자급자족과 경제안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감자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거의 ‘제2의 빵’으로 불릴 만큼 일상적인 식재료입니다. 그런 감자가 최근 몇 달 사이 2배 가까이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농촌 지역의 노동력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국제 제재, 비료와 연료 가격의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과도한 예산 지출이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러시아 정부가 전쟁 수행을 위해 민간 군사조직과 병사들에게 막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병사들은 전사 시 3,300만 루블, 즉 약 4억 8천만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으며, 과도한 현금 유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농업 노동자들이 군 복무로 빠져나가며 농촌 경제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촌 지역의 일손 부족이 심화되며, 귀농·귀촌을 장려하는 정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사례를 보면, 단순한 귀농 지원이나 식량 생산의 강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도적 기반, 장기적인 인력 운용 계획,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까지 뒷받침되어야만 농업 자립과 식량 안보가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감자 사태는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줍니다. 첫째, ‘먹거리의 자립’은 경제의 기본이며, 이를 유지하려면 농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둘째, 국가 재정은 단기적인 전쟁 수행이나 정치적 이벤트보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중심에 두고 운영되어야 합니다. 셋째, 시니어 세대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농업 지식, 생활의 지혜, 절약 정신은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금 고립과 제재, 내부 자원의 비효율적인 운용으로 인해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시니어 세대는 전후 복구, 산업화, 민주화 등 수많은 시련을 견디며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국제적 위기를 바라보며 단지 뉴스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방향과 정책,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자가 비싸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뉴스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농촌과 도시, 전쟁과 평화, 정책과 서민생활, 그리고 미래와 세대 간의 균형이라는 복잡한 이슈들이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소홀히 했던 ‘기본’의 중요성, 그 기본을 지켜나가는 지혜와 공동체 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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