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4일
#091

평균 4천만 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 그리고 졸업 후에도 줄어든 일자리 시장—이러한 현실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단순히 학위를 받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가운 변화도 있습니다. 바로 ‘견습직(Apprenticeship)’이라는 대안 경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견습직은 단순히 젊은 세대를 위한 제도만이 아닙니다. 은퇴 후 제2의 커리어를 꿈꾸거나, 경력의 전환점을 모색하는 시니어 세대에게도 열려 있는 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더 타임즈(The Times)』의 ‘상위 100개 견습직 고용주’ 명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영국 육군, 해군, 공군 등 국가 기관은 물론, 회계 법인, 금융사, 보육기관, 기술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견습직을 통한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경력 전환형 견습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국 육군은 지난해에만 5,399명을 견습직으로 채용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의료·공병·기술·전자·조리 분야 등 실무 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전역 후 민간으로의 원활한 전환까지 고려해 설계되어 있어, 중장년 인재에게도 유익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회계법인 PwC나 그랜트 손튼 같은 민간 전문 서비스 기관들도 이제는 ‘대학 졸업자 우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견습직을 통해 능력 기반 채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A레벨 이상만 되면, 즉 고등학교 졸업 수준의 학력만 갖추면 누구든지 회계, 감사, 세무 등의 전문 분야 자격증 취득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시니어 세대가 이 흐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경력 전환의 기회입니다. 기존의 업무에서 은퇴하거나 더 이상 만족을 얻지 못하는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분야로의 진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제조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디지털 회계, 보건 복지, 유통 서비스 등으로 전환하는 데 견습직은 훌륭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실무 경험과 자격 취득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실용적 교육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닌, 실무 현장에서 배우고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이 구조는 시니어 세대의 역량을 증명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셋째, 재취업 시장에서의 신뢰도 향상입니다. 학력이나 경력이 단절된 이력이 있더라도 견습직을 통해 일정 기간 훈련을 이수하고, 인증된 자격을 취득하면 고용주들에게 ‘실력 있는 인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대학 등록금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22년 기준 평균 등록금은 약 2만 3,800파운드(한화 약 4,100만 원)에 달합니다. 반면 견습직은 월급을 받으며 배우고, 동시에 인정받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시니어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경제적 부담이 적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과 견습직을 선택하는 사람의 수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시대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2025년 기준, 전체 견습직 시작 인원은 10만 명을 넘겼고, 전문 서비스, 복지, 기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더 이상 한 가지 경력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서 우리는 두 번째, 세 번째 경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그 기회는 견습직을 통해 열릴 수 있습니다. 영국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에게 ‘다시 배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