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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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턴 와일더가 전하는 가족과 시간의 미학

가족이 한데 모이는 명절이나 연휴의 식사 자리는 때로 정치적 견해 차이나 사소한 갈등으로 인해 고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문호 손턴 와일더(Thornton Wilder)는 이러한 일상적인 식탁이야말로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이자 삶의 신비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고 역설합니다. 본지는 와일더의 단막극 ‘긴 크리스마스 정찬(The Long Christmas Dinner)’을 통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가족이 갖는 진정한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90년의 세월을 응축한 40분간의 식사

1931년 발표된 손턴 와일더의 연극 ‘긴 크리스마스 정찬’은 형식 면에서 매우 독창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는 단 하나의 식탁이 놓여 있고, 약 40분이라는 짧은 공연 시간 동안 한 가문의 90년에 걸친 역사가 단 한 번의 중단 없는 식사 장면으로 펼쳐집니다.

극의 무대 장치는 단순하지만 상징적입니다. 무대 한쪽에는 꽃으로 장식된 ‘탄생’을 상징하는 문이, 반대편에는 검은 천이 드리워진 ‘죽음’을 상징하는 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죽음의 문으로 퇴장하면, 새로운 세대가 탄생의 문을 통해 식탁으로 들어옵니다. 이 과정에서 4대에 걸친 가족들은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하고, 때로는 다투며 가족의 전통을 이어갑니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의 우리

와일더는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이 가족을 어떻게 형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예리하게 관찰합니다. 극 중 인물들은 “백 년 뒤에는 모두 똑같아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관객은 그 백 년 사이에도 끊임없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가족 내의 역할은 세대를 거듭하며 반복됩니다. ‘마더 바이아드(Mother Bayard)’라는 가부장적 혹은 모계 중심적 존재는 이름과 세대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식탁의 중심을 지킵니다. 와일더는 이를 통해 개별적인 삶은 유한할지라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마치 물속의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듯, 우리는 일상적인 식사 속에서 우리를 관통하는 시간의 위대함을 잊고 살아가지만, 이 연극은 그 숭고한 건축물을 우리 앞에 가시화해 보여줍니다.

가족의 시간을 엮어가는 지혜로운 ‘등대’가 되어주십시오

오늘날 ‘시니어’ 세대에게 가족 모임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손턴 와일더가 묘사한 ‘식탁이라는 타임머신’에서 시니어 여러분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계십니다. 다음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시니어분들이 가족의 구심점으로서 더욱 빛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입니다.

‘우주적 관점’으로 갈등을 포용하십시오:

와일더가 강조한 ‘우주적 관점’은 사소한 논쟁 너머를 보는 힘입니다. 젊은 세대와의 의견 차이를 당장의 갈등으로 보기보다, 90년이라는 긴 역사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여유로운 미소는 식탁의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자가 되어주십시오:

연극 속에서 이름과 역할이 대물림되듯, 가문의 전통과 소소한 기억들을 후대에 전해주는 역할은 오직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일입니다. 거창한 훈계보다는 “예전에 우리 식탁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라는 따뜻한 이야기로 가족의 정체성을 심어주십시오.

함께 읽고 나누는 문화를 제안해 보십시오:

본문의 저자 제러미 매카터는 가족이 모여 이 연극의 대본을 소리 내어 함께 읽어볼 것을 권장합니다. 이번 명절에는 TV 시청 대신, 짧은 글이나 시, 혹은 가족의 추억이 담긴 편지를 함께 낭독하며 대화를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라는 선물을 만끽하십시오:

“백 년 뒤에는 다 똑같아질 것”이라는 극 중 대사처럼, 결국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온기입니다. 식탁 위의 음식을 즐기고, 자라나는 손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현재라는 기적을 온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시니어 여러분은 우리 가족이라는 긴 정찬의 역사를 가장 잘 알고 계신 주인공입니다. 여러분의 존재만으로도 그 식탁은 ‘일생의 기회’가 되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