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과거를 단순히 지나간 시간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로토로 씨가 지난 30년간 보여준 헌신은 과거의 기억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그는 나치 강제 수용소와 소련 굴라그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공간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가 수집한 1만 점 이상의 악보와 녹음 자료들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던 처절한 저항의 기록이자, 후세에 전해야 할 소중한 역사적 증언입니다.
로토로 씨는 사재를 털어 파손된 악기를 수리하고, 생존자들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며 잊혀질 뻔한 선율들을 발굴해냈습니다. 그가 수리한 바이올린 하나에 약 2,500달러(약 338만 원)를 지불했다는 사실은 그가 이 작업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곰팡이가 핀 다락방에서, 혹은 생존자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린 음악들은 그 자체로 역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로토로 씨의 활동은 우리 시니어 세대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대한민국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시니어 여러분은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과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며 축적된 여러분의 개인사는 단순한 개인의 추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 삶이 무슨 역사가 되겠어”라는 겸손함, 혹은 기록하는 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소중한 기억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토로 씨가 수용소의 작은 악보 조각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듯이, 여러분의 삶의 단편들도 후세에게는 귀중한 역사적 교훈과 지혜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영원히 보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서전 집필, 구술 역사 녹음, 사진 앨범 정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보십시오. 이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그 의미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가족들에게는 세대를 이어주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잊혀진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니어 여러분의 기록은 젊은 세대에게 과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겪은 고난과 극복의 이야기는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는 귀중한 지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로토로 씨는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삶의 기록은 단순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증거이자,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낡은 사진들을 꺼내보고, 기억 속에 희미해져 가는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어 기록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스스로의 삶을 기록하는 ‘기억의 수호자’이자, 우리 역사의 살아있는 증인입니다. 여러분의 기록이 후세에게 전해져 역사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오늘부터 작은 기록이라도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당신의 삶은 그 자체로 기록될 가치가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