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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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뉴스의 한 자락을 장식한 중국의 ‘킬 라인(kill line)’ 보도 행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디오 게임에서나 쓰일 법한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타국의 빈곤 문제를 부각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시도는 오늘날 미디어가 단순한 정보 전달자를 넘어 강력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며, 정보의 홍수 속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어왔습니다. 냉전 시대의 이념 대립부터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치적 선전과 미디어의 프레임을 목격하고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의 사실이 어떻게 다르게 포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지혜를 터득했습니다. 이는 책이나 인터넷으로는 배울 수 없는, 오직 세월만이 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복잡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특정 목적을 가진 편향된 뉴스에 노출될 위험도 커졌습니다. 특히 자극적인 영상과 짧은 문구로 무장한 소셜 미디어는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하고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유도합니다. 중국의 ‘킬 라인’ 선전이 디지털 공간에서 힘을 얻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입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우리 시니어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기의 화려한 화면 너머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연륜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왜 지금 이 뉴스가 나왔을까?”, “이 보도를 통해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비슷한 사례들을 떠올려보고, 현재의 현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이며, 젊은 세대가 갖지 못한 우리만의 경쟁력입니다.

우리의 지혜는 단순히 개인의 정보 해독 능력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해 주는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라며 역사의 교훈을 들려주고,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보는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미디어의 소음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경험과 지혜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거목처럼, 미디어의 격랑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진실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니어의 품격이자 책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