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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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파고 속에서 치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비극이 아닌, 국가 공동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은 그간의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숙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시니어 사회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습니다.

보수적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복지 시혜가 아니라 시니어의 자율성 보장과 사유재산의 보호, 그리고 가정이라는 기초 공동체의 유지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경제적 지속 가능성과 재가(在家) 중심 돌봄의 가치입니다. 통계가 보여주듯 시설 입소보다 지역사회 거주가 훨씬 경제적이며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이는 국가 재정의 효율적 운용 측면에서도 합리적입니다.

정부가 치매관리주치의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재택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니어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노후를 보낼 권리를 존중하는 올바른 방향입니다. 다만, 이러한 지원이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담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시니어의 경제적 주권 보호입니다. 치매 환자의 자산이 150조 원을 상회하고 향후 3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니어 자산 관리 체계의 시급성을 일깨워줍니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틈을 타 발생하는 금융 사기나 재산권 침해는 시니어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합니다.

새로 도입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시니어의 사유재산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낭비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복지와 의료를 위해 투명하게 집행되도록 하는 법적·행정적 방어막이 되어야 합니다. 민간 신탁 시장과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시니어가 안심하고 자산을 맡길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셋째, 가족 돌봄의 숭고함에 대한 사회적 보상입니다. 치매는 보호자의 근로 단절과 심리적 소진을 야기하는 무거운 질환입니다. 정부가 보호자를 위한 노인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고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는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효(孝)라는 전통적 가치를 실천하는 가정에 대해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도덕적 기초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기술 혁신과 정책의 객관성 확보입니다.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에만 매몰되어 시니어들이 기술적 소외를 겪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기반의 정책 평가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시니어들이 느끼는 체감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도시와 농어촌의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치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시니어를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존엄한 권리 주체’로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국가의 동행은 시니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간섭이 아니라, 그들이 쌓아온 삶의 궤적과 자산을 끝까지 지켜주는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이번 5차 계획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여, 대한민국 시니어들이 치매라는 두려움을 넘어 안심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치매안심 기본사회가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