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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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륜과 책임의 가치를 되새기며

최근 프랑스에서 들려온 지방 자치 단체의 인력난 소식은 단순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 공동체가 직면할 미래의 자화상과도 같습니다. 세계적인 일간지 르 몽드가 보도한 프랑스 지자체의 채용 위기 보고서는 공공 서비스라는 국가적 기둥이 흔들리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공직 기피 현상과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가 맞물리며 발생하는 행정 공백은 사회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관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공공 서비스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사회적 질서의 토대입니다. 그러나 보도된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지방 공무원의 급여는 월 평균 2,254유로(약 325만 원)로 타 직종에 비해 낮고, 현장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루앙 시청의 알리에트 카롱 씨와 같은 시니어 공무원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14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월 1,870유로(약 270만 원)의 보수를 받으며, 하루 30명이 넘는 민원인의 불만과 행정의 최전선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모습은 공공을 향한 숭고한 책임감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행정의 디지털화와 그 이면의 그늘입니다. 효율성을 앞세운 디지털 전환은 분명 필요한 과정이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시민의 약 40%는 여전히 온라인 시스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의 막막함을 해소하고 복잡한 법 규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은 기계가 아닌, 풍부한 인생 경험과 인내심을 갖춘 시니어 공무원들의 몫이었습니다. 경험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쌓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며 다져진 소중한 자산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도 청년 실업과 고령화라는 상반된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즉각적인 보상만을 쫓는 세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는 사회의 궂은일을 담당하는 공공 부문의 직업적 가치와 존엄성을 얼마나 존중해 왔는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가 가진 노련함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인력난이라는 파고를 넘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프랑스 지자체들이 이력서 없는 채용을 도입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결국 사람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려는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볼 때, 사회의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가치와 질서가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공 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곧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편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시니어들이 가진 전문성을 단순히 은퇴의 대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더 오래 현장에서 기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급여 체계의 현실화와 함께 베테랑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강화하여 공직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 우리는 단순히 나이 든 세대가 아니라 사회의 중심을 잡는 버팀목입니다. 프랑스의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이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행정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경륜입니다. 공공 서비스의 위기는 곧 시니어의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경험이 사회의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자부심을 품고,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유연함을 갖춘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더욱 견고하고 안정된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근간은 화려한 시스템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유지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