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보십시오. 두 명의 전문가가 (완전히 동일한 내용의) 고위 정책 관련 아이디어를 설명합니다. 한 명은 남성, 다른 한 명은 여성입니다. 이 중 누구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십니까?
제 첫 반응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전 영국 보수당 의원 마이클 고브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지쳤다”고 말했던 발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다음 게스트가 “그 전문가가 남성이라면요?”라고 묻자, 저는 확신이 흔들렸습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종종 남성과 여성의 “권위감”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영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2025년 5월 20일 사라 오코너(Sarah O’Connor) 기자가 〈여성 전문가가 더 신뢰받을까? 「Are female experts more credible?」〉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경제학자 헨릭 시버트센(Henrik Sievertsen)과 세라 스미스(Sarah Smith)가 진행한 실험에서도 이러한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주제(금융 규제부터 낙후된 학교 개혁까지)에 대한 전문가 발언을 제시했습니다. 발언자는 실존 인물처럼 보였으며, 참가자들은 해당 주장에 대해 ‘강하게 동의함’, ‘동의함’, ‘중립’, ‘반대함’, ‘강하게 반대함’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어서 그들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이 연구는 영국 내 최상위 대학 경제학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패널인 ‘복잡한 정책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공의 견해가 어떻게 전문가 의견에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 경제학자가 의견을 제시할 경우, 남성 전문가보다 더 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성 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공공의 동의 수준은 평균적으로 남성 전문가보다 20% 더 높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연구팀은 이번에는 전문가의 세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예: 소속 대학과 교수직명). 이때는 성별 격차가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여성이 더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던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 속에서 ‘그녀’가 전문가로 보이기 위해 더 뛰어난 자격을 갖췄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입니다. 이는 “전문가가 여성이라면 정말 유능해야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수행된 실험에서는 남성과 여성 리더의 말에 대한 반응을 비교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여성 리더의 말을 따를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리더십 능력이 높은 여성은 ‘높은 능력 기준’을 통과한 인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여성에게 유리한 일일까요, 아니면 불공정한 기대치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성과를 내더라도 더 뛰어나야 인정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성 전문가들은 강의 중 더 자주, 더 이른 시점에 방해받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1,700개 학술 세미나의 음성 녹음을 분석한 결과, 여성 발표자가 남성보다 더 자주 발언이 중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의견을 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그 판단이 실제 전문성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적 편견에 따른 것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 소수인 직업군에서는 그녀들이 “정말 실력 있는 전문가”라는 가정 하에 발언의 권위가 높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역설적으로 여성 전문가들이 더 큰 압박을 받게 만듭니다. 어떤 여성은 “어쩌다 여성으로서 남성 중심 업계의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발언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여성 전문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아니면 문제의 일부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어떤 여성 전문가가 회의석상에서 조심스럽게 발언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녀가 말하기까지 거쳐온 경로를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진지하게 들어줄 가치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