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熟年(じゅくねん, 쥬쿠넨, 숙년, 완숙한 인생의 계절)
에도 시대(1603–1868) 당시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은 약 50세였습니다. 그 결과, 많은 가게 주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42세 또는 43세에 은퇴하여, 사망 전에 여유 있는 삶을 누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1975년이 되자 일본 남성의 기대 수명은 71.7세, 여성은 76.9세로 증가하였고, 20년 후에는 남성 78세, 여성 83.5세로 더욱 늘어났으며, 여전히 증가 추세였습니다.
이 시기까지 일본 정부의 사회 및 경제 정책은 주로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중장년층과 노인들은 거의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남성들은 여전히 55세에 정년퇴직을 강요받았고, 그 시점에는 여전히 자녀가 학령기인 경우도 많았으며,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일본 고용 시스템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직장을 다시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은 중년을 넘기고 “완숙한 인생의 계절”이라 불리는 시기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젊지도 않고 아직 노인도 아닌 특별한 존재로서의 자각을 갖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인생의 경륜이 쌓이고, 정신적으로도 안정되며, 물질적으로도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熟年’이라는 단어는 1960年代 후반부터 일본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일본 사회가 고도 경제 성장기를 지나 중장년층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인생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자각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은퇴 전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노년’이 아닌 ‘중년 이후의 완숙한 시기’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강조되었습니다.
‘熟年’은 단순한 연령 구분이 아니라, 인생 경험과 성숙함,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인구 고령화가 일본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노년층에 대한 기존의 관점과 그들을 위한 사회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 놀랍도록 바뀌었습니다. 특히, 60대가 되면 남성은 “쓸모 없고 고갈된 존재”라는 생각은 완전히 폐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熟年(じゅくねん, 쥬쿠넨, 숙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습니다. 이 단어는 대체로 40세에서 80세 사이의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熟’은 ‘익다’, ‘원숙하다’, ‘무르익다’를 의미하며, ‘年’은 ‘세월’, ‘해’, 즉 나이를 뜻합니다. 즉, “익은 시기”, “완숙한 인생의 절정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남성에게만 쓰였으나, 이후 여성에게도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熟年(じゅくねん, 쥬쿠넨, 숙년)’ 세대는 곧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주요 소비자로 떠올랐습니다. 전국적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학교와 동호회가 속속 생겨났으며, 전통 예술이나 공예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부터 현대적인 직업 훈련까지 다양했습니다. 체육관, 전통공예 동호회, 취미 모임, 단체 여행 클럽 등의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또한, 중장년층 여성을 겨냥한 패션 잡지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기업들은 55세 또는 58세 정년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은퇴 이후 재고용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명목상 정년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재채용하여 임금을 낮추는 방식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정년을 정할 수 없었던 정부 기관과 공공 부문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직원들이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까지 계속 근무하면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인한 인건비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일본국유철도(JNR)의 민영화가 추진되었는데, 당시 이 조직은 고임금과 과잉 인력 문제로 매년 수천억 엔(약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령화는 지금도 빠르게 진행 중이며, 현재 ‘熟年(じゅくねん, 쥬쿠넨, 숙년)’ 세대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사회 구조와 시장 환경 전반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통하는 제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마케팅 상식이 지배적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juku nen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성공의 길”로 바뀌었습니다. 주요 건설업체들은 앞다투어 실버타운과 은퇴자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자 했으며, 고령자 전용 건강관리 시설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60대와 70대의 juku nen 세대가 건강하고 활발하게 여가와 소비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한, 과거 일본 사회를 잘 아는 이들에게 인상 깊은 변화는 juku nen 부부들이 세련된 옷차림과 도시적 매너를 갖추고, 저녁이나 주말, 공휴일마다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기며 시내를 거니는 모습이 일상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업계에서는 ‘熟年旅行(じゅくねんりょこう)’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50세 이상 고객을 위한 여유 있는 일정과 고급 숙박, 건강을 고려한 식단 등이 포함된 상품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식품, 패션, 주택, 금융 상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었으며, 일본의 소비 시장에서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들 ‘熟年(じゅくねん, 쥬쿠넨, 숙년)’세대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찬란한 계절입니다. 여러분의 계절은 어느 철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