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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価格破塊(カカク ハカイ, かかく はかい, 카카구 하카이; 가격파괴, The Great Price Fall)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재건 전략 중 하나는 대부분의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고 수출에 집중하며, 국내 가격이 자유시장의 영향과 완전히 분리된 채 계속 상승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습니다.

1960~70년대 내내 부동산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며 1980년대 중반에는 거의 폭발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985년부터 1990년 사이, 도쿄·오사카·교토 도심의 토지가격은 약 300% 상승했고, 이는 일본 내 거의 모든 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1985년에는 일본 소비재 가격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1배에서 많게는 56배나 비쌌으며, 이는 전후 수입 및 유통에 대한 정부 규제망이 허용하고 부추긴 결과였습니다.

도쿄 호텔 레스토랑에서 오렌지 주스 한 잔 가격은 뉴욕의 유사 업소보다 최대 5배 비쌌고, 커피 한 잔 가격도 세계 어느 곳보다 2~3배 비쌌습니다. 일본 언론은 도쿄 긴자 한 평방피트(약 0.093㎡) 땅값이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일본의 ‘버블 경제’는 성장 한계에 도달해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부동산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매입했던 일본 은행들은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에 달하는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압력으로 일본 정부는 1940년대 초부터 유지해 온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출 보조를 위해 국내 소비재 가격은 높게 유지되었습니다.

냉전 종식, 대만·한국·홍콩·싱가포르·중국의 경제 성장, 제품과 가격의 세계화로 일본의 규제 체계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価格破塊(カカク ハカイ, かかく はかい, 카카구 하카이; 가격파괴)’라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일부 남성 의류 전문 할인점과 소규모 체인점이 등장했고, 대형 슈퍼마켓들도 직수입과 자체 브랜드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경에는 아시아산 저가 수입품 홍수로 물가 하락이 ‘혁명’ 수준에 이르렀고, 백화점까지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1995년, 일본 정부는 산업 규제를 완화하거나 경제 붕괴를 감수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그러나 가격 파괴는 이미 자생력을 갖춘 흐름이 되어 정부가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는 네 가지 주요 ‘가격 파괴’ 유통 형태가 자리 잡았습니다.

종합 할인점, 전문 할인점(아웃렛) – 재고, 비수기 상품, B급품, 전시 상품 등을 정가 대비 50~70% 할인 판매, 창고형 할인점(도매 클럽), 벼룩시장

완전한 카테고리별 상품군을 갖춘 전문 할인점은 ‘카테고리 킬러’로 불렸으며, 대표적으로 토이저러스(Toys R Us)가 있습니다. 종합 할인점이 입점한 ‘파워 센터’ 형태의 대형 쇼핑몰도 생겨났는데, 니가타현의 조에쓰 윙 마켓 센터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어로 50~70% 할인은 ‘超激安(ちょうげきやす, 초격이야스; 대폭할인)’라 하며, ‘엄청나게 싼 가격’을 뜻합니다.

일본 관료들의 강력한 영향력과 이를 포기해야 하는 압력 속에서, 가격 파괴와 글로벌 시장·정치적 변화가 일본 경제를 완전히 개혁하는 데에는 앞으로도 수십 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자산·임금이 줄면서 저가 소비 성향이 확산되었고, 이로 인해 ‘‘価格破塊(カカク ハカイ, かかく はかい, 카카구 하카이; 가격파괴)’ 전략이 대중적인 경영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유니클로, 100엔숍 등 ‘지속 가능한 저가 상품’을 앞세운 기업들은 크게 성장해 현재도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가격파괴는 일본의 고물가 구조를 개선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엔고와 연계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상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경쟁이 전산업으로 확산되어 원가 절감 노력, 업무 자동화·효율화 등 기업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습니다.

가격파괴의 확산이 유통구조 혁신이나 생산비 절감 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무리한 원가 절감 및 출혈경쟁에 집중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품질이 저하된 ‘비지떡’ 상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장기적인 디플레이션과 맞물려 명목임금 하락 없이 실질임금만 오르는 현상, 기업의 투자 침체, 실업 증가 등 구조적 부작용도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부실기업이 정리되지 못해 시장의 정상적 ‘자정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장기불황의 주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물가가 자꾸 하락해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디플레이션 스파이럴’ 현상,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연금·보험산업의 기반이 약화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등 경제 전체의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유통업체의 과도한 가격파괴 경쟁은 기존 상점들에 2/3 이상 손님 감소 같은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하며 상거래 질서까지 어지럽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소비를 미루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소비를 미루는 일들이 벌어진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중가격제’ 논란 등으로 일본인과 외국인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현상,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내수 시장 가격 왜곡 및 일본 내 실수령액 감소에 대한 스트레스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격파괴의 확산은 소비자들에게 생활비를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서도, ‘싸구려 상품에 대한 불신’과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무조건 구매하지 않고, 점차 ‘질’을 중시하는 소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엔저 및 관광객 증가로 인해 ‘국내 물가가 싸지만 자존심이 상한다’는 감정, ‘선진국다운 품질과 소비문화’에 대한 괴리, ‘실질 구매력의 하락’에 대한 체감 등 복합적인 심경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인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외부적으로는 가계 경제의 부담을 체감하면서도 내적으로는 ‘사회ㆍ공동체 질서의 안정’와 ‘자존심’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경향이 짙습니다.

일본의 가격파괴 전략은 한때 국민적 환영을 받으며 생활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으나, 출혈경쟁·디플레이션·품질 저하 등 부작용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게 남았습니다. 최근 일본인들은 ‘저가’ 그 자체보다는 ‘품질’과 ‘선진국 자존심’, 사회 안정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복합적인 감정으로 가격파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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