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やらせ(ヤラセ, 야라세, 강요, 위협, 압력)
일본에서 민주주의 이전 시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청소년 비행이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전통적인 일본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소녀들이 또래 남자아이들만큼이나 불법 활동이나 여러 형태의 폭력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70년대, 매춘·집단 따돌림·폭행·갈취에 가담한 소녀들의 사건이 처음으로 전국 뉴스에 보도되었으며, 이는 일본 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현상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개인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소녀 집단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실행한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청소년 폭력을 ‘やらせ’(ヤラセ, 야라세)라 불렀습니다. 이는 문자 그대로 “강요,” “위협,” “압력”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소년과 소녀 모두의 이러한 전례 없는 행동을 일본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압력에 대한 비이성적 반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교육 제도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일본 교육은 더 나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 위주의 주입식 학습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1985년 여름, TV 아사히의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두 명의 여고생이 강가 바비큐 파티에서 초등학생 다섯 명을 폭행하는 장면을 방영했습니다. 이는 큰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으나, 나중에 해당 장면이 프로그램 연출자가 조작한 것임이 드러나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TV 아사히 사장은 연출자를 해고하고, 해당 뉴스를 폐지했으며, 대중에게 사과했습니다. 연출자와 보조진, 그리고 두 소녀는 체포되어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연출자의 변명은 청소년 비행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의 모든 방송사 뉴스는 더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되었고, 실제로 이런 ‘조작 보도’가 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때부터 ‘야라세’는 목적을 이루거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상황을 인위적으로 꾸미는 의미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야라세’라는 용어가 청소년 비행과 뉴스 조작 스캔들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야라세’는 고대부터 일본 사회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일본의 전통적 예법과 윤리는 공개적인 협상이나 논쟁을 금기시했기에, 일본인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배후에서 설득과 ‘야라세’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역사적으로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 ‘야라세’에 의존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정치와 비즈니스에서 ‘야라세’ 요소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위협이나 법적 제재로 국민과 산업을 통제하는 힘은 많이 잃었지만, 기업 세계에서는 여전히 대기업들이 공급업체를 통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야라세’를 사용합니다. 사실 일본의 논란 많은 ‘계열(系列, 케레츠)’ 시스템도 본래 ‘야라세’를 기반으로 운영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일부 계열 기업들이 ‘후견인’ 고객들의 압력에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을 때는 항상 ‘야라세’를 활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표준적인 운영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세기를 거치며 일본인들은 ‘やらせ’(ヤラセ, 야라세)’를 문화 속에 교묘하게 위장하는 데 능숙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전통적 일본 방식이 약화되거나 무너질 무렵, 일반 시민과 기업들은 정부와 대기업의 ‘야라세’에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やらせ’(ヤラセ, 야라세)’는 일본인들이 우위에 서 있을 때 자동적으로 발휘되는 문화적 특징으로 남아 있으며, 일본과 관계를 맺는 외국인들은 반드시 인식해야 할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