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0일
9-10-1800

– 諦めない(あきらめない, 아키라메 나이; 포기하지 않는다, Do or Die)

일본 역사에는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생사를 건 상황에 놓였을 때, 살아남는 것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건들 중 많은 경우는 사무라이, 닌자, 아시가루들과 관련되어 있었지만,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도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위기 상황이라기보다는 서구적 시각에서 보면 절망적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일본 역사 속에는 무수히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들 중 일부는 상급자의 잘못이나 특정 사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발견되는 풍습으로,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승려들이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스스로 불을 붙여 항의의 표시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원칙이나 타인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일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본인의 자기희생적 태도는 전통적으로 보통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일본 문화 전체는 자기희생의 문화였으며, 개인은 가족, 공동체, 고용주, 국가를 위해 자신의 개성과 욕구를 억누르고 부정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이러한 자기희생의 문화적 조건화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일본인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면 그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이나 고난을 만나더라도 끝까지 인내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의 조건화는 매우 철저했기 때문에 인내심은 거의 자동적으로 작동하였고, 일단 어떤 일을 시작하면 결코 포기하거나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諦めない(あきらめない, 아키라메 나이; 포기하지 않는다; Do or Die)’라는 말은 일본인의 운명과도 같은 격언이 되었고, 이 사고방식은 일본인의 정신세계 전반에 스며들었습니다.

예술적·무예적 기술 연마, 전쟁, 비즈니스, 모욕이나 치욕에 대한 복수심 등, 일본인의 끈질긴 집념은 바로 이  諦めない(あきらめない, 아키라메 나이; 포기하지 않는다)’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한한 자존심 또한 이러한 집념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 “죽기 살기” 정신의 또 다른 측면은 목표 달성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목표를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추구하거나 장애물을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하면, 대개 치명적일 수 있는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대체로 목표와 행동을 은밀히 감추고, 눈에 띄지 않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1945년 봉건 제도가 종식된 이후 일본의 이러한 “죽기 살기” 문화적 조건화는 점차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뿌리 깊게 내린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오늘날 성인 일본인의 행동에서도 그 흔적을 뚜렷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일본인의 태도와 행동을 묘사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일본인들은 큰 목표를 빠르고 공개적으로 달성하기보다 작고 미묘하며 점진적인 단계를 밟는다는 점입니다. 한 외국인 사업가는 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본인은 오르려는 산이 있으면 곧장 정상을 향해 달려가지 않습니다. 대신 그 산을 천천히 빙빙 돌면서 정상에 다가갑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크게 주목하지 않게 됩니다.” 정말 놀라운 속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진형 한국인과는 많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일본인들은 대외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정치적 상황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