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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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懇談会(こんだんかい, 콘단 카이, 간담회; Panel Discussion)

몇 년 전 대형 한국 기업의 신규사업 그룹장으로 일하면서, 신규 수종사업을 위해 신설한 스타트업의 COO로 일하면서 대표이사 자격으로 일본에 출장해서 합작 파트너 회사를 접촉·협의게 되었습니다.

도쿄에 도착한 후 몇 일 동안, 일본 파트너들에게 언제 이사회가 열리느냐고 계속 물었지만, 그들은 늘 시일을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일본 임원들은 거의 매일 다양한 식당으로 초대하여 점식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저는 저녁 식사와 함께 연결되는 술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일정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저는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정식으로 이사회를 열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제서야 일본 측은, 지금까지 식사를 통해 가진 비공식 대화들이 바로 ‘이사회’였으며, 이미 그 자리에서 그로부터 필요한 모든 의견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은밀한 외국 합작 파트너 조정은 오늘날 일본에서 더 이상 흔하지는 않지만, ‘懇談会(こんだんかい, 콘단 카이, 간담회; Panel Discussion)’는 여전히 일본식 비즈니스 방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외국 측은 그러한 모임의 기능과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참여하는 경우가 지금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결정을 내린 후 이를 단순히 하달하지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창업자이자 특정 분야에서 특별히 뛰어난 재능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회사를 직접 이끄는 경우뿐입니다. 일본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방향성과 철학적 지침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구체적인 실행안은 중간 관리층이 주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임의적으로 독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모든 중간 관리자들에게 먼저 회람되며, 이후 끝이 없을 정도로 보이는 수많은 콘단카이 자리에서 토론됩니다. 이 자리들은 주로 퇴근 후 술자리나 음식 자리에서 열리며, 두세 시간 혹은 네 시간 이상의 식사와 술자리가 뒤따릅니다. 이 의사결정 과정은 몇 달씩 걸리며, 프로젝트가 대규모이거나 외국 기업이 관련되어 있다면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만약 대다수 중간 관리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가능성을 본다면, 여러 부서와 외부 자문가 혹은 멘토의 의견을 반영하여 구체화됩니다. 이 과정에서 점차 상위 관리자들에게까지 전달되고, 관련된 모든 중간 및 상위 관리자가 최종적으로 동의하면, 이사회에 제출됩니다. 일부 이사들은 이미 비공식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을 도왔을 수 있으며, 다른 이사들과 사전에 콘단카이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안서에 이사회가 물을 수 있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고, 주요 관리자들이 모두 승인한 상태라면, 이사회는 거의 항상 이를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 승인 과정 때문에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복잡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외국 측은 수많은 콘단카이에 참여해야 하며, 일본 내에서든 본국에서든, 수십 차례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여러 관리자들과 명확하고 철저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끝없이 요구되는 방대한 정보와 문서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협상에는 수많은 문화적 미묘함과 함정이 얽혀 있으며, 이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 권의 책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성격, 즉 비범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측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접근법은 유능하고 신망 있는 일본인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지뢰밭과도 같은 위험을 피하며 이 과정을 이끌도록 하는 것입니다.

‘懇談会(こんだんかい, 콘단 카이, 간담회; Panel Discussion)’는 단순한 식사 자리나 사적인 대화가 아니라, 일본 기업의 합의 형성과정에 제도화된 중요한 절차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비공식적인 친목 모임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이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일본과 협력하려는 외국 기업은 반드시 이 과정을 이해하고 참여해야 하며, 이를 무시하면 의사결정 구조를 전혀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懇談会(こんだんかい, 콘단 카이, 간담회; Panel Discussion)’를 통해서 나름의 친한 업계들이 미리 결정하고 사후에 공지할 때, 처음 접한 기업들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정이나 요구조건을 들어 담합하는 사례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은밀하게 짬짬이로 이루어지는 이 ‘懇談会(こんだんかい, 콘단 카이, 간담회; Panel Discussion)’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빨리 사라져야 할 관행입니다

인사 이동이 이루어지면 후임자가 전임자가 다루었던 업체를 그대로 10년이고 20년이고 끌고가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작금의 관료주의를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비정상적 관행은 상당 부분이 일본의 속마음이 출발점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