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正座(せいざ, 세이기, 정좌, 올바르게 앉기, Sitting Correctly)
제가 일본에서 처음 접한 가장 특이한 기억 중 하나는, 여성들의 발목 근처에 두껍고 보기 흉한 굳은살이 박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굳은살은 사람들이 정강이 위에 앉아 맨발의 발등을 다다미 바닥에 대고 오랜 시간 머무는 생활 방식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굳은살이 더 많고 두드러졌던 이유는 여성이 그런 방식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앉는 방식으로 인해 바로 서 있어도 양쪽으로 무릎관절이 서로 닿지 않고 멀리 떨어지거나, 엄지발가락의 방향이 반대쪽으로 향하는 안짱다리식 걸음걸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앉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매우 빠르게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방식이면서 어떤 연유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의자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바닥에 앉아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나 ‘正座(せいざ, 세이기, 정좌, 올바르게 앉기, Sitting Correctly)’라 불리는 이 특정한 방식의 앉기는 다도(茶道)에서 비롯된 유산입니다. 15~16세기에 이르러 다도는 사무라이와 상인 계층 사이에서 전국적인 유행이 되었습니다. 예법은 점점 더 형식화되었고, 어떻게 앉고 움직이는지가 정밀하게 규정되었습니다. 일본 최고의 다도 명인으로 평가되는 ‘千利休(센노 리큐, 1522~1591, 일본 다도를 정립한 승려)’의 영향으로 다실(茶室)은 더욱 작게 지어졌고, 참여자들은 가능한 한 적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가까이 앉아야 했습니다.
다도 명인의 동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거나 다른 형태로 앉는 것보다, 다리를 접어 발등을 바닥에 붙이고 앉는 정좌가 유리했습니다. 절대적인 신체 통제와 절제된 동작이 다도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센노 리큐와 후대의 스승들은 다도에서 정좌를 기본 자세로 확립했습니다.
다도가 일본 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은 매우 강력했습니다. 그 결과 정좌는 계층을 불문하고 모든 공식적 상황에서 표준 자세가 되었고, 일본 사회가 전반적으로 형식적이었던 탓에 ‘올바른 앉기’는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으로 굳어졌습니다. 그 결과 발의 굳은살은 일본인을 상징하는 흔한 특징이 되었던 것입니다.
정좌 자세는 일본인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어린아이에게 자연스러운 앉기 방식입니다. 아이들은 세 살 혹은 네 살이 될 때까지 본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이 자세를 취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 자세는 더 많은 훈련과 인내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는 일본인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올바르게 앉는 법’을 철저히 훈련받은 것처럼, 일본인들은 다른 모든 행동에서도 정교한 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학습되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봉건적 가족 제도의 해체, 민주주의 도입, 그리고 1946년 이후 대량으로 들어온 서구 문화는 정좌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950년대 후반이 되자 전후 세대의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정좌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10대 여성들은 서양의 미적 기준을 따르기 위해 굳은살을 피하고 싶어 했으며, 동시에 정좌가 일본인 다리 길이를 짧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인식 또한 퍼졌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 정좌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도 전문가, 승려, 그리고 일부 전통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예: 전통무용가, 료칸 직원 등) 정도만이 정좌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장례식이나 다다미 바닥의 공식 행사 등 특정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일본인에게 정좌가 요구되며, 몇 분이 지나면 어김없이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됩니다. 현재는 정좌를 할 수 있는지가 전통적 일본인인지, 아니면 서구적 사고로 옮겨간 현대인인지 판단하는 기준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은 정좌가 일본 고유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외국인에게 정좌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특히 체격이 크거나 몸이 무거운 외국인에게는 정좌 자세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본인 스스로 인정합니다.
외국인이 다다미 바닥에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양반다리, 일본에서는 ‘아구라(あぐら)’ 자세, 즉 두 다리를 앞으로 교차해 앉는 ‘인도식’ 자세를 권합니다. 그것조차 어려운 외국인은 다리를 옆으로 접거나, 낮은 일본식 식탁 앞에서는 다리를 앞으로 뻗도록 허용합니다.
정좌를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외국인은 때때로 놀라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일본인조차 “정좌는 일본인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