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乗り気(のりき, 노리끼, 어떤 흐름(乗り)에 올라타는 기분(気), A Japanese Ingredient)
서양 비즈니스 인사들 가운데 일본을 잘 안다고 자처하면서도 동시에 일본인을 특히 비판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의 행동에는 종종 다소 아이러니한 유머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서양인들이 일본인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일본인에 대해 더 비판적이면 비판적일수록, 그 상황은 더욱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저는 이 범주에 속하는 외국인 비즈니스 인사들이 최근에 만났거나 비즈니스 관계를 맺었거나 혹은 맺고자 하는 어떤 일본인에 대해 지능, 상식, 에너지, 야망을 극찬하며 열정적인 설명을 늘어놓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찬사는 언제나 빠짐없이 “그 사람은 다른 일본인들과는 달라요!”라는 말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이 ‘올드 재팬 핸드(Old Japan Hands)’들이 묘사하는 일본인은 실제로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매우 흔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업 조직에서 벗어나기로 선택했거나 혹은 조직으로부터 밀려나 스스로 기업가가 된 젊은 또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들 일본인은 일본어로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라고 불리는 성격적 특성을 보여주는데, 이는 ‘관심(interest)’ 혹은 ‘열의(enthusiasm)’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일본적 맥락에서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일반적인 영어 정의에서 제시되는 의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함의를 지닙니다. 보다 정확한 번역은 ‘타오르는 관심’, ‘극한까지 이르는 열정’에 가깝습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의욕 있다”, “기분이 좋다”를 넘어, 일본식 조직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정서적·사회적 신호’로 기능합니다.
일본 기업이 구직자를 면접할 때, 이들은 ‘乗り気(のりき, 노리끼)’ 특성을 보이는지를, 그리고 지원자가 어느 정도로 ‘관심을 드러내는지(show their interest)’ 또는 ‘열정적으로 변하는지(become enthusiastic)’—즉 ‘乗る気になる(のりきになる, 노리키 니 나루)—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매년 등장하는 고등학교 및 대학의 야구·축구 선수들 가운데 성공적인 선수들이 졸업 전부터 대기업의 적극적인 영입 경쟁 대상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들이 노리키로 가득 차 있기(brimming over with noriki) 때문입니다.
일본 프로야구단에 합류한 미국인 선수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일본 선수들이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이고, 훈련에 헌신적이며, 대체로 야구에 집착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경기 자체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乗る気になる(のりきになる, 노리키 니 나루)’ 일본인들은 조용하고 수동적이며 예의 바르다는 일본인에 대한 서양인의 고정 이미지와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에 특히 눈에 띕니다. 서양인들은 보다 공격적인 태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종종 약점으로 오해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가장 바람직한 조직 구성은 ‘乗る気になる(のりきになる, 노리키 니 나루)’ 인재들과 조용하고 꾸준히 일하는 인재들이 균형을 이룬 집단이라고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운 좋게 ‘乗る気になる(のりきになる, 노리키 니 나루)’ 직원을 채용한 외국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점은, 이러한 유형의 직원들은 일본 사회에서 특정 분야, 특히 영업·고객 대응·홍보 등의 영역에서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유형의 사람들은 정부 기관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거나 타사와의 협상을 책임지는 사절(agents) 역할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예외는, 이런 ‘乗る気になる(のりきになる, 노리키 니 나루)’ 구성원들이 성공적인 스포츠 경력이나 기타 업적으로 대중적 명성을 이미 확보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 한해 보다 넓은 직무 범위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됩니다.
일본에서 Noriki가 중요한 이유
일본 사회에서는 의사결정이 논리적 타당성보다 ‘감정적 수용성’과 ‘집단 리듬’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떤 프로젝트나 제안을 내놓았을 때 실제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준은 “그 안건에 사람들이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를 느끼고 있는가”입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은 일상적이면서도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신호로 쓰입니다.
「乗り気じゃないですね(のりきじゃないですね, 모리키자나이데스네, 노리끼가 없네요)」→ 논리적 문제보다 정서적 납득 부족하고 추진력 부재를 의미합니다.
「皆が乗り気になった(みながのりきになった, 민나가노리리니앗따, 모두 승차했다) 」→ ‘합의가 형성되었고 실행 모드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라는 뜻입니다.
「もう少し乗り気が必要ですね(もうすこし のりきが ひつようですね, 모우스코시노리끼가히츠요데스네)」→ 아직 사람들의 내적 동의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입니다.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왜 ‘일본적 Ingredient(재료)’인가
일본 조직문화에서는 어떤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술적 요소’보다 다음과 같은 정서적 재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ㆍ간(間); 눈에 보이지 않는 간격, 관계, 타이밍
ㆍ기(気); 분위기, 감정, 마음의 흐름
ㆍ와(和); 조화, 충돌 없음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이 세 가지를 연결하는 매우 일본적인 심리적 윤활유입니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자연스레 모이고, 억지 없이 일이 굴러가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乗り気(のりき, 노리끼)’의 직장 내 실제 역할
일본 대기업 회의에서 가장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아무도 “반대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乗り気じゃないですね(노리키가 없네요”라는 말 한마디가 안건을 무력화합니다. 반대로 “みんな乗り気ですね(다들 노리키네요)”라고 하면 곧 추진됩니다.
즉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의사결정의 열쇠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합의(consensus)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흐름을 타고 있는가 없는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자체가 일본의 조직문화, 사회문화, 인간관계 구조를 깊이 설명하는 하나의 코드입니다.
‘乗り気(のりき, 노리끼)’가 없는 경우
일본식 맥락에서 “노리키가 없다”는 표현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상태가 아니라 다음의 신호를 포함합니다.
ㆍ집단의 리듬에 간극이 있다
ㆍ본능적으로 그 안건이 현재 팀의 ‘기’와 맞지 않는다
ㆍ타이밍(間)이 좋지 않다
ㆍ감정적 장벽이 생겼다
ㆍ공감이 부족하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논리적 설명이나 강압적 추진은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乗り気(のりき, 노리끼)’의 일본적 핵심
정리하면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다음 네 가지로 집약됩니다.
ㆍ자율적 동기 부여의 시작점
ㆍ집단의 조화(和)를 깨지 않고 일하는 조건
ㆍ프로젝트의 실제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힘
ㆍ일본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심리적 코드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를 이해하면 일본 문화가 보인다
일본은 겉으로는 절제되고 규칙 중심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미세한 흐름, 집단의 리듬, 보이지 않는 ‘기’의 변화가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乗り気(のりき, 노리끼)는 바로 그 중심에서 작동하는 일본적 감정 구조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무엇’이 있어야 작동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