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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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助っ人(すけっと, 스켓토, 조력자, From Heroes to Helpers)

일본에 있는 서양인들 가운데, 전문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만큼 문화적 충격을 크게 경험하신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의 경험을 다룬 영화들이 제작되었고, 일본의 야구와 미국의 야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설명하는 베스트셀러 서적들도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의 야구는 대체로 미국의 야구처럼 보이며, 일본 야구 팬들도 때때로 미국 팬들처럼 행동하십니다. 그러나 선수들, 경기 자체, 그리고 팬들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뿐 아니라 매우 뚜렷한 차이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들은 일본과 미국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잘 보여줍니다.

야구는 1873년에 일본에 소개되었는데, 당시에는 사무라이들이 여전히 칼을 차고 다니던 시기였습니다. 이 스포츠를 일본에 소개한 사람은 도쿄 개성학교(Tokyo Kaisei Gakko, 현재의 도쿄대학교)에서 교사로 고용된 미국인 호레이스 윌슨(Horace Wilson)이었습니다.

완전히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첫 번째 야구팀은 1880년경 도쿄의 신바시 애슬레틱 클럽(Shimbashi Athletic Club)에 의해 조직되었으며, 1880년에서 1902년 사이 도쿄 제1고등학교 팀은 요코하마에 거주하던 미국인들로 구성된 팀들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치렀고 계속해서 승리했습니다. 이러한 화제가 되는 경기들은 야구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양 스포츠 중 하나로 만들었고, 일본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와 대학에 야구부가 생기게 했습니다.

와세다대학교(Waseda University) 야구팀은 1905년에 미국에서 여러 시범 경기를 치렀고, 그 두 해 뒤에는 하와이의 미국인 준프로 팀이 일본을 방문하여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1906년부터 1936년 사이에 와세다 팀은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팀과 총 10번 경기를 했습니다. 1913년에는 찰스 코미스키(Charles Comiskey)와 존 맥그로우(John McGraw)가 이끄는 메이저리그 선수단이 세계 순회 경기 중 일본을 방문해 경기를 치렀습니다. 1931년과 1934년에는 코니 맥(Connie Mack)이 이끄는 선수단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 팀에는 레프티 그로브, 루 게릭, 베이브 루스, 지미 팍스와 같은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인이 일본 팀에 고용되어 뛰게 된 첫 번째 사례는 1936년에 발생했습니다. 일본 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10년이 지난 1960년대부터 다시 미국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12개 프로야구팀—센트럴 리그 6개 팀과 퍼시픽 리그 6개 팀—은 각 팀당 두 명의 외국인 선수 보유가 허용되며, 대부분의 팀들은 이 쿼터를 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태도, 코치들의 훈련 방식, 감독들의 운영 방식 등, 일본식 야구와 미국식 야구 개념 사이에는 매우 많은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에, 일본 팀에 합류한 일부 미국 선수들은 일본 야구는 ‘진짜 야구’가 아니다라고 확신하며, 짧은 활동 기간 동안 불쾌감을 느끼고 일본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화(yen)의 매력은 계속해서 미국 선수들을 일본으로 끌어들였고, 이들 중 일부는 잘 적응한 반면 일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미국 선수들이 가장 불쾌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일본 팀이 자신들을 ‘잘못 활용한다(misused)’고 느끼는 점입니다.

일본에 간 많은 미국 선수들은, 미국 팬들과 일본 팬들 모두로부터 ‘영웅(hero)’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은, 그들이 ‘영웅 이미지’ 때문에 고용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助っ人(すけっと, 스켓토, 조력자)’로 사용되리라는 점이었습니다.

‘助っ人(すけっと, 스켓토, 조력자)’는 手伝い(てつだい, 테츠다이: 도움·조력)’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단어로, ‘도움’, ‘도와주는 사람(help/helper)’을 의미합니다.

즉, 이 유명한 선수들은 스타가 아니라 ‘조력자(helper)’로 여겨지고 대우되었으며, 일본 감독들은 당연하게도 스켓토들이 일본식 전통 훈련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일본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助っ人(すけっと, 스켓토, 조력자)’라는 말에는 어떤 팀이나 그룹의 정식 구성원이 아닌 ‘임시적 존재’, 즉 관리 가능한 한 유용한 ‘고용된 총잡이(hired gun)’라는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더 넓은 의미에서는, 일본 기업·전문 조직·학교 등에서 고용된 모든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일본 조직이 외국인을 완전한 팀 멤버로 받아들이는 일은 지금도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助っ人(すけっと, 스켓토, 조력자)’ 개념이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외국인들은 일본인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따르는 규칙과 관행을 반드시 따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며,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일본인들이 받지 못하는 특별한 특권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일본인들은 문화적으로 비(非)일본인과의 관계를 ‘스켓토 관계’ 이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으로 깊이 조건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과의 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계신 외국인은, 문화적 충격을 훨씬 덜 경험하시게 됩니다.

업무적으로 관계가 맺어지면 사적인 관계로 전개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도 이런 문화적인 밑바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화를 이해하셔야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