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ツーカー(つーか, 츠ー카ー,같은 신호에 맞춰 조율된 상태, Tuned to the Same Cues)
‘ツーカー(つーか, 츠ー카ー)’는 본래 일본어의 축약적·구어적 표현으로, 흔히 “ツー라고 하면 カ를 안다(ツーと言えばカー, 쓰ー 토 이에바 카ー)”는 관용적 표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 ‘아’하면 ‘어’한다”에 해당합니다. 이 표현은 상대가 말을 끝내기 전에 이미 의도를 파악하고, 별도의 설명이나 토론 없이도 상황의 맥락을 공유하며, 동일한 판단 기준과 타이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ツーカー(츠ー카ー,같은 신호에 맞춰 조율된 상태, Tuned to the Same Cues)는 정보나 의견을 주고받는 관계라기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신호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상대를 잘 이해한다는 의미와는 구별됩니다. ‘ツーカー(츠ー카ー)’의 핵심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보다, 무엇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아는 감각에 있습니다. 논리적 설명 이전에 상황의 공기, 즉 분위기와 암묵적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며, 개인의 명시적 의견보다 관계의 안정과 전체적인 흐름을 우선시하는 감각의 일치가 전제됩니다. 이 때문에 ‘ツーカー(츠ー카ー)’가 성립된 관계에서는 명시적인 합의나 문서화된 기록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침묵이나 표정, 말의 타이밍 자체가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일본의 조직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서 ‘ツーカー(츠ー카ー)’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기간 함께 근무해 온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협업이 가능해지고, 상하 관계에서도 노골적인 지시나 설명이 최소화됩니다. 공식적인 회의에서의 토론보다 사전에 이루어지는 교감, 이른바 네마와시가 의사결정의 핵심 과정으로 작동하는 구조 역시 ‘ツーカー(츠ー카ー)’적 감각을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ツーカー(츠ー카ー)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이 쌓였다는 의미를 넘어, 조직 내부자로서 충분한 신뢰와 적합성을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일본인이 처음으로 해외를 방문했을 때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다고 말하는 것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이는 결코 터무니없는 표현이 아닙니다.
일본에서의 삶을 규정하는 핵심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회 전반이 매우 치밀하게 프로그램되어 있고 수많은 표지와 신호로 표시되어 있어 거의 완전히 예측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은 식당, 상점, 사무실, 혹은 가정에 들어갈 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것이나 놀라운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 끊임없이 사고방식과 행동을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일본인들이 자신들과 다른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황한 표정만 짓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이것이 일본인들이 동일함, 반복, 예측 가능성만을 선호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일본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것들에 큰 흥미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것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분석하고 일본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 과정 역시 자신들만의 속도로 진행합니다. 동일함과 반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강도 높고 끝없는 문화적 조건화 때문에, 일본인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불안을 느끼며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나 상황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는 또한 일본의 제조업체와 수출업체들이 해외에서도 자사만의 유통망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일본 관광객들이 해외 여행 시 일본 여행사의 지점이나 자회사를 통해 일정을 처리하기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일본인들이 외국인과의 거래 자체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은 다른 일본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일본 기업이 얼마나 세밀하고 꼼꼼한지를 알고 있으며, 개인적·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일본인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는 일본인들이 어떤 관계에서도 편안함과 확신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입니다.
따라서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의 지원 없이, 처음으로 혼자 해외에 나가는 일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들의 걱정은 단순히 표지판을 읽지 못하거나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섭니다. 그들의 삶 전반을 이끌어 왔던 ”ツーカー(츠ー카ー)’, 즉 “문화적 신호(cultural cues)”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su는 그 자체로 “미묘한 신호나 암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Ka는 일본 문화를 가리킵니다.
일본을 벗어나거나 철저히 외국적인 환경에 놓이게 되면, 일본인들의 개인적·직업적 관계의 기반이 되어 왔던 모든 표정, 태도, 몸짓은 사라집니다. 이로 인해 일본인들은 취약함을 느끼게 되며, 대체로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반응합니다. 하나는 위축되어 비일본인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오만하고 우월적이며 무감각한 자세를 취해 모든 일을 밀어붙이려는 행동입니다. 단기 홈스테이를 위해 해외에 나간 많은 일본 학생들이 무례하고 오만한 행동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일본인의 극진한 예의범절만을 들어왔던 외국인 호스트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해외에 파견된 일본 기업인들 역시 외국인 직원들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오만하고 무감각한 태도로 비판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본인 고용주들은 질문에 충분히 개방적이지 않고, 설명을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때로는 군 지휘관처럼 직원을 명령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본에 막 도착한 외국인들 역시 일본인의 ‘ツーカー(츠ー카ー)’에 맞춰 조율하지 못하는 동일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일은 결코 쉽게, 혹은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만, 일본식 방식이 옳은 선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일본식 방식이 심각한 불리함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우리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탁하면 척하는 손발이 맞는 업무’ 경험을 하곤 합니다. 여기에는 상당한 문화적 동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고, 그 문화에 깊이 젖어들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