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은행원 후배가 당장 전혀 다른 직업으로 바꾸려 합니다
“맙소사, 결정적인 한 방(punchline)이 있으면 좋겠네요.”
윌 아넷(Will Arnett)이 주연을 맡은 새 영화 『이것(Is This Thing On?)』에서 주인공 알렉스 노왁(Alex Novak)은 코미디 클럽 무대 위에서 이렇게 한탄합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어느 날 늦은 밤 술 한잔을 찾아 바에 들어갔다가, 입장료를 아끼려고 우연히 오픈 마이크 세션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는 무대에서 “이혼할 것 같아요. 가족이 살지 않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게 증거죠”라고 털어놓습니다.
그가 결정적인 유머를 찾으려 애쓰는 과정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실존적인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노왁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서 활력을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제약 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며 아내와 별거하던 중 우연히 코미디 클럽 무대에 올랐던 코미디언 존 비숍(John Bishop)의 실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묘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농담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중반부에서 겪는 혼란과 그 속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중년은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 시기가 청소년기만큼이나 급격한 변화의 시기라고 분석합니다.
삶 자체가 늘 미완성(work in progress)이라지만, 40대와 50대들은 자신의 유한함을 자각하며 직업에서 더 큰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를 느낍니다. 자녀가 집을 떠난 뒤 잃어버린 야망을 되찾으려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영화는 부업이 단순한 취미로 남아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진로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이 금융업을 완전히 그만둘지는 모호하게 그려지지만, 영화는 ‘실험’이 새로운 천직을 찾는 가장 올바른 방법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London Business School)의 조직 행동학 허미니아 이바라(Heminia Ibarra) 교수는 저서 《워킹 아이덴티티 (Working Identity: Unconventional Strategies for Reinventiong Your Career)》에서 성공적인 경력 전환은 “무엇을 할지 미리 알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함으로써 알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존 비숍은 영업직을 유지하며 6년 동안 밤과 주말을 이용해 공연을 이어간 끝에 40세에 비로소 코미디언으로 완전히 전향했습니다. 수학 교사로 일하며 코미디를 병행했던 로메쉬 란가나탄(Romesh Ranganathan) 역시 처음에는 이것이 직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예술 분야는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6세에 코미디를 시작한 비브 그로스콥(Viv Groskop)은 첫 1~2년은 무보수 수습 기간이나 다름없으며, 다른 직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40대나 50대에 화려하게 직업을 바꾼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저는 그들에게 가족의 자금 원조가 있는지 혹은 은행원 시절의 퇴직금이 든든한지 확인하게 됩니다. 어떤 꿈은 취미로 남겨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한때 기쁨을 주던 활동이 직업이 되는 순간 지루한 ‘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2막은 과거를 돌아보게 합니다. 투자 은행가 출신 코미디언 신두 비(Sindhu Vee)는 과거를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요”라고 답합니다. 금융권에서 배운 전문적인 기술과 자신감, 그리고 긴 시간 업무를 견디는 인내심이 현재의 활동에 큰 자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주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의 활력 넘치는 모습에 자극받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친구는 남편의 창의적인 변신에 위협을 느끼기도 합니다. 변화에 대한 반응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코미디언 밥 몽크하우스(Bob Monkhouse)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웃지 않습니다(그만큼 성공했으니까요).”
성공적인 인생 2막은 ‘직업의 전환’보다 ‘경험의 재해석’에 있습니다. 과거에 쌓아온 전문성은 버려야 할 낡은 유산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지탱해 줄 든든한 뿌리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그만두기보다,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행동이 앞서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창의적인 도약의 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