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이나가 중대 국가 운영 결정을 인공지능 아바타 ‘디엘라(Diella)’에게 맡기겠다고 발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여러 사회적 갈등과 정책 혼란의 이면에는, ‘왜 지금의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시민들은 정부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느끼며 신뢰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등장한 하나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됩니다.
바로 국가 운영의 핵심 결정을 인공지능(AI)에 맡기려는 시도입니다.
최근 알바니아 정부는 공공서비스 공급업체 선정과 같은 중대한 국가 운영 결정을 인공지능 아바타 ‘디엘라(Diella)’에게 맡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만으로도 약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에 달하는 공공조달을 AI가 관리하게 되는 셈입니다. 정부의 비효율과 부패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변화이자, 우리가 경계해야 할 신호입니다.
알바니아가 위치한 곳을 지도상에서 빨갛게 표시한 것. 제미니아 AI 활용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출된 권력과 시민 간의 투명한 연결입니다. 정치적 결정은 때로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과정이 공개되고, 설명 가능하며,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AI가 결정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의 기준과 판단 과정은 쉽게 불투명해지고, 잘못된 결정에 대응할 시민의 권리 역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기술에 익숙해지고, 어떤 경우에는 AI가 사람보다 객관적이고 능력 있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효율성은 민주주의의 목적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목적은 정당성입니다.
정치의 핵심은 수치 계산이 아니라 ‘공동의 가치 선택’이며, 이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적 판단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AI의 역할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은 민주주의를 보조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대만의 ‘vTaiwan’ 사례는 좋은 예입니다. 시민 수천 명이 참여한 공공 논의를 AI가 시각화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대안을 도출하도록 돕는 방식은, AI가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숙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AI를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AI가 정책 자료를 정리하고, 시민 의견을 요약하며, 문제의 쟁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역할을 맡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을 AI에게 맡기는 순간, 책임의 주체는 사라지고 정치의 본질적인 투명성은 흔들리게 됩니다.
시니어 세대는 누구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경험한 분들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모두 거치며 ‘사람 중심의 정치’가 어떤 의미인지 체감해 오신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AI는 우리를 대신하여 통치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인가?”
오늘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AI 시대의 민주주의는 기술을 거부하지 않되, 기술에 권력을 넘겨주지도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AI에게 통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를 더 잘 통치할 수 있도록 AI를 이용해야 합니다. 감시와 참여, 책임의 원칙이 유지되는 한, AI는 새로운 시대의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는 풍부한 삶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공적 논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주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참여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