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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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권력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능력 있는 부모가 계속 뒤를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아니면 절대 지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하에 어렵사리 취업전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정당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도덕적 해이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해관계자인 상대방은 모르는 정보 비대칭 상황을 이용해 부당하게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도덕적 해이에 관한 하나의 유형은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지 않고 숨기거나 왜곡해서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회사 경영 상황이 심각한데도 숨기고 외부에서 유리하게 자원을 조달하는 행위가 예입니다. 공직에 입후보하면서 범죄사실을 숨기거나,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가짜 인턴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직접 논문을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제3자에게 도움을 얻어 제1저자에 등재하는 일이 정보 비대칭 상황을 이용해서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입니다.

도덕적 해이에 관한 또 하나의 유형은 상대가 자신을 관찰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업무 과정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활용해 근무시간에 개인적 용무를 보는 행위가 여기에 속합니다. 즉 도덕적 해이는 개인의 근무태도 같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기업이 주주나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은 큰 행동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정부 공공기관의 장이 국민이 자신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든데 취업할 생각은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노는 것도, 고객의 요청으로 생산 물량이 넘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식을 즐기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는 기업은 물론 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성과 평가에서 불리한 정보는 숨기기 때문에 회계나 인사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자기 부서 생산물의 불량을 감추므로 생산 활동이 타격을 입게 되며, 기업 내부의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됩니다. 조직의 기본인 업무 분장이나 위임도 조직목적 보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불가능해집니다.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가 되더라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해 기업은 망하는데 경영진은 부자가 되는 현상도 도덕적 해이 때문에 발생합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 때문에 상대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모든 기회주의적 가능성에 대비해 법적 구속력을 가진 상세한 계약서를 거래마다 작성해야 하므로 경제활동의 효율성이 급격히 낮아지게 됩니다.

도덕적 해이의 극복에는 다음 3단계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도덕적 해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규모 부정은 도덕적 해이로 이해하지만, 소액의 공금 처리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는 액수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 관련 정보와 행동의 일관성이 관건입니다. 글로벌 보험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한 직원이 워크숍을 준비하다 원래 예산안에서 남은 다과비를 문구비로 대체해서 사용했는데 몇천 원 단위의 소액이어서 보고는 원래 예산안 그대로 집행한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팀에서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가 서류에 표기되지 않으면 액수나 의도에 상관없이 부정이라고 중징계했습니다. 이런 사례가 다른 나라에서는 정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정상으로 비치는 이유가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명확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도덕적 해이의 극복을 위해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처벌에 의존하는 것은 엄청난 비효율성을 발생시킵니다.

또한 모든 사람의 행동이 항상 감시받는 사회는 윤리적인 이상향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항상 감시가 가능한 완벽한 감옥인 파놉티콘(Panopticon)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의 바람직한 극복방안은 구성원들의 자율적 윤리의식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적발되는 경우에 대한 강한 사후적 제재를 결합하는 선진국형 접근일 것입니다.

셋째, 신뢰 기반 사회의 정착이 도덕적 해이 극복의 궁극적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을 잠재적 도덕적으로 해이자로 보고 철저하게 감시 통제하면 오히려 기회가 오면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는 불신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반면, 구성원들을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 믿고 감시 없이 맡겨놓으면 궁극적으로는 알아서 정직하게 행동하는 신뢰의 선순환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도 설계에서 신뢰의 선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신뢰 기반 조직과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 극복의 궁극적 해결책일 것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어떤 면에서는 그야말로 ‘꽃길’을 걷는 지름길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에게 ‘꽃길’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저와 함께 일했던 모 회사 인사 담당 임원은 미국까지 유학을 보낸 자기 딸을 크게 자랑했었습니다. 후문입니다만, 미국뿐만 아니라 귀국 후 취업이 안되자,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입사시켰답니다. ‘꽃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정한 방법으로 입시 시킨 것이 ‘내부고발’로 번졌고, 급기야 책임을 묻게 되고, 회사를 떠나야만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아 재직 중은 딸은 온갖 비난의 소리를 들어가며 ‘가시밭길’로 변한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니 자녀에게 ‘꽃길’을 만들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시달리실 필요 없습니다.

자식에게 ‘꽃길만 걸어라.’며 축복의 말이 부족해서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꽃길’을 깔아주고, 그 ‘꽃길’에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자녀들을 감상하는 부모가 부러운 것은 아니시죠?

‘꽃길만’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태도를 반영합니다. 꽃은 흙에서 자라며, 꽃이 피기까지는 많은 시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꽃길만 걸어라.’는 말은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또 과연 ‘꽃길’이 축복의 말일까요? 어쩌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생 꽃길만 걸었던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꽃길이 있다면 얼마나 길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언제부턴가 ‘꽃길만 걸어라.’는 축복의 문장이 유행입니다. 결혼식에서 신랑ㆍ신부의 걸음 앞에 뿌려주는 꽃잎 길에서 유래된 것인가요? 이 표현은 누군가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축복의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어학자들이 뽑은 신조어 3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순탄하고 행복한 삶을 바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생에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합니다. 꽃길만 걷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꽃길만 걸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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