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IMG_0998

최근에 《알을 낳는 개》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2007년도에 번역 출간되었으니 조금은 오래된 책입니다. 이미 독일에서 1997년 발행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고 있는 많은 사실이 실은 함정과 오류로 뒤덮여 있는지, 마치 사실과 진실인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과학의 속임수에 대한 실체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들을 싣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 정말로 병에 걸렸을 확률을 너무 높게 잡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보통 검사의 정확성만 생각하고 병이 발병하는 빈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 빈도가 얼마나 높은가 하는 것에 대한 척도가 발병률입니다. 이 발병률은 1,000명당 1명입니다. 그래서 양성 판정이 나와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음성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한 내과의사 선생님의 치료 경험담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니, 환자 한 분이 고래고래 ‘돌팔이는 보상하라’를 외치면서 가족들까지 동반한 시위를 벌이고 계셨답니다. 대학병원에서 퇴임하시고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아 찾아오신 당뇨병 환자분이셨는데, 진료 후 약 처방을 받아 약을 먹은 지 서너 달이 지나도 전혀 혈당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시위의 핵심 이유였답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 환자분은 당뇨약을 취미 삼아 드셨다는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약을 드시고 생활 습관도 바로잡아야 병이 잡히는데, 용하다는 그 선생님만 찾았는데 병세가 나아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70% 투약으로 100% 치료 효과를 얻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 봅니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하노버까지의 거리는 약 150km, 그 구간을 한 시간 남짓 안에 돌파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을 ‘고속 질주자’ 그룹으로, 그보다 더 낮은 속도로 달려 1시간 30분이 걸리는 운전자들을 ‘신중한 질주자’의 그룹으로 나누어 보면, 어느 그룹에서 사고가 덜 일어날까요? 분명한 것은 고속 질주자 그룹에서 사고가 덜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한 시간 내에 이 구간을 주파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신중한 운전자 그룹에 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고가 없었던 고속 질주자 그룹은 아무 일 없이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그룹에 속할 수 있었으며 어떤 사고에 말려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만일 독자께서 ‘좋아, 이해했다.’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조심하셔야 합니다.

바로 전에 ‘당뇨약’처럼 의학계에서 사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합시다. 한 제약회사에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알약을 개발해 냈습니다. 임상 실험을 한 결과 이 약은 암 환자들의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춰 주는 것으로 ‘증명’이 된 것입니다. 새로운 암 치료 약을 규칙적으로 먹은 환자들의 5년 내 사망률은 5%였고, 플라시보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가짜 약을 먹은 환자들의 사망률도 그와 대략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새로운 알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15%에 달했습니다. 즉 사망률이 두 배나 높은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과 불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알약의 효과는 완전히 성공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말 신약의 효과는 성공적일까요?

어떤 환자들은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약을 먹다 중지했고 그래서 불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그룹에 속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병이 너무 위중해서 규칙적으로 알약을 복용할 수 없었던 환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남는 것은 규칙적으로 약을 먹은 그룹에 속하게 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환자들뿐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신약’의 효과는 실제보다 훨씬 더 부풀려지게 됩니다. 이 결과의 결정적인 요인은 ‘약’이 아닌 ‘환자의 태도’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환자의 태도’가 완전히 배제된 결과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임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들의 데이터들도 임상실험에 포함하여 연구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되어 연구하는 방식을 ‘치료 의도 분석(Intent to treat analysis)’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정리하면 치료 요법을 받아야 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치료를 받지 못한 모든 사례를 분석에 포함하는 무작위 대조 시험의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시험의 각 부문에 할당된 모든 사례는 처방된 요법을 받았는지 또는 완료했는지에 관계없이 해당 치료 부문을 나타내는 것으로 함께 분석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의도적이든 혹은 실수든 ‘치료 의도 분석’을 염두에 두지 않는 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70%가 찬성했다.’라면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 통념입니다. 그런데 ‘찬성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얻은 결과’라면 믿을 만할까요?

독자 여러분도 이러한 ‘연구’ 또는 ‘통계’의 결과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셔야 합니다. 여론 조사, 사고 통계, 부실 기업, 영업 실적 그리고 사업 계획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연은 퍼센트(%)로 진실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이해하려 할 때, 나름의 결과가 혹시 어떤 이유에서든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체 대상’에서 암묵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닌지, 제외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숫자와 기호가 버무려져 실증이니 통계니 절차니 규정이니 고급진 단어로 뿌려진 함정과 오류로 위장된 왜곡된 진실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착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착각은 자유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