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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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다가왔습니다.”라는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당시 88세였던 힐다 자피(Hilda Jaffe)는 자녀들에게 뉴저지 베로나에 있는 가족 주택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알렸습니다. 그녀는 맨해튼의 헬스 키친(Hell’s Kitchen)에 있는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혼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뉴욕의 헬스키친 지역은 뉴욕시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지역으로 같은 이름의 리얼리티 쇼인 ‘헬스키친’ 이전부터 있었던 명칭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이 지역이 맨해튼에 사람들이 정착하면서부터 부두를 끼고 있어 험한 우범지대에 속한 장소였는데, 19세기 초 부두 노동자들과 부랑자들의 난동을 단속하던 경관이 “이곳은 지옥보다 더한, 더 뜨거운 곳. 지옥의 부엌(또는 부뚜막)이라 할만하다”라는 말을 남기면서부터라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잘 알고 있는 ‘센트럴파크’의 남서쪽 끝자락과 대각선으로 이어진 지역으로 요즘에는 상업지구 개발로 크게 주목받는 미드웨스트라 불리는 맨해튼 중앙 서쪽 지역입니다.

뉴저지에서 떠난지 14년이 지난 지금, 102세가 된 자피는 여전히 타임스퀘어의 번쩍이는 불빛과 인파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 27일 자 미국의 지방 신문에 일제히 같은 뉴스가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제목은〈A centenarian thrives ling alone, active and engaged(혼자 살면서 활동적이고 참여적인 삶은 사는 미국 100세 노인) 〉제목으로 주디 그램(Judith Graham)이라는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게재가 확인된 신문은 ‘The Herald Sun, The News Observer, The Kansas City Star, The Wichita Eagle 등 282개 각종 언론이었습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힐다 자피(Hilda Jaffe)라는 이름을 가진 102세 여성입니다.

자피는 압정처럼 날카롭고, 동네 시장에서 돌아올 때 양손에 식료품 가방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고 의사를 만나거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티네(Matinee)에 참석하는, 보기 드문 노인입니다.

자피는 집 청소, 빨래, 재정 관리를 직접 하고 이메일, SNS와 화상엡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 및 친구 네트워크와 연락을 유지합니다. 그녀의 아들인 리차드 자피(Richard Jaffe, 78세)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살고 있습니다. 딸인 바바라 벤드리거(75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고 있습니다.

102세의 그녀는 혼자 살면서 활동적으로 사는 특별한 노년층의 한 예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립되어 있고 취약합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고령자 그룹 중 주목할 만한 일부는 높은 수준의 웰빙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노년기에 높은 수준의 웰빙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노년층의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특성으로는 낙관주의와 희망,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의미 있는 관계, 커뮤니티 연결, 신체 활동 등이 있으며,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피는 이러한 자질과 함께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102세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놀랐어요.” 30층짜리 아파트 건물에서 몇 걸음 떨어진 중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자피는 자신의 장수에 대해 감상적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유전적 유산, 운, 그리고 “계속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순서대로 꼽습니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되죠. 매일 일어나면 하루가 더 나이를 먹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이렇게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는 자피의 삶의 방식이 “실용적”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독립적이고 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는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그녀는 ‘나 혼자’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부분 잘 지내고 있는 다른 노년층과 비슷합니다.

물론 자피는 조금 특이한 경우입니다.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국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는 101,000명의 100세 인구만이 존재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100세 노인 연구인 뉴잉글랜드 센테니얼 스터디의 설립자이자 책임자인 토마스 펄스에 따르면, 이 소수의 그룹 중 15%는 독립적으로 살거나 누군가와 함께 살면서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자피는 이 연구에 참여한 2,500명의 100세 노인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100세 노인 중 약 20%는 자피처럼 신체적 또는 인지적 장애가 없다고 합니다. 추가로 15%는 관절염이나 심장병과 같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 없다고 합니다. 그녀의 주치의는 보조인이나 지팡이 없이 걸어오는 100세 노인은 자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피는 역류성 식도염, 가끔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 골다공증, 약간의 좌골 신경통, 나타났다가 사라진 폐 결절 등 몇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이러한 질환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운동으로는 매일 3,000보를 걷기 위해 노력합니다.

힐다 자피 자신도 “102세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제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라고 장수에 대해서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뉴욕의 가운데로 이사 온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분명합니다.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봅니다.

맨해튼의 중심가 28층에 사는 자피는 날씨가 좋으면 실내에서, 날씨가 나쁘면 복도를 한 바퀴 돌며 걷습니다. 아침에는 빵, 치즈, 디카페인 커피, 점심에는 샌드위치나 계란, 저녁에는 종종 닭고기와 야채 또는 식당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등 식단은 간단합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매일 밤 평균 8시간 정도 잠을 잡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피가 다른 사람들과 계속 교류한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필하모닉, 실내악 시리즈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하고 멤버십이 있는 뉴욕 최고의 박물관 4곳에서 정기적으로 새로운 전시회를 관람합니다. 가족 및 친구들과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낱말 맞추기 등 다양한 퍼즐을 즐기고, 책과 잡지를 읽습니다.

또한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유대교 회당의 독서 클럽에 소속되어 있으며 회당의 성인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5번가에 있는 뉴욕 공립 도서관 본관에서 도슨트로 일주일에 여러 번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제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합니다.”

자피는 멕시코, 영국, 피츠버그, 뉴저지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도서관의 ‘보물’ 전시회를 안내하는 도슨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1455년 구텐베르크 성경(유럽에서 활자를 사용하여 인쇄된 최초의 책 중 하나), 찰스 디킨스의 책상, 존 제임스 오듀본의 “미국의 새들”의 거대한 문집 등 특별한 물건들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메모 없이 명료하게 방문객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미래에 대해 묻자, 자피는 다음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수십 년 동안 노화에 따른 정서적 변화를 연구해온 스탠퍼드대학교 장수센터의 창립 디렉터인 로라 카스텐슨은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를 경험하는 것이 노년층에게 더욱 중요해집니다.”라고 말합니다. “삶에서 긍정적인 것을 음미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스텐슨의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노년층이 청년층이나 중장년층보다 정서적으로 더 회복력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노인들은 어려움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평생을 통해 얻은 기술과 관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미래를 짧게 볼 때 더 관리하기 쉽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피는 앞을 바라보고 과거를 버리는 것의 가치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2005년 63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남편인 제럴드 자피를 잃은 것은 힘들었지만, 5년 후 뉴저지에서 자신의 삶과 재산 대부분을 포기하는 것은 쉬웠다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충분했습니다. 그곳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했으니까요. 그 당시 제 나이가 88세였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죠. 세상이 바뀌었죠.”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저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뉴욕에 있는 것은 저에게 정말 신나는 일이었습니다.”라고 그녀는 계속 말했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건물은 안전하고 잘 관리되고 있으며 많은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시장, 약국, 식당, 버스 등 모든 것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뉴저지에 있는 집이라면 고립되어 있을 거예요. 여기서는 창밖을 내다보면 사람들이 보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제 농담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자전거 배달원이 저를 치는 겁니다.”라고 자피는 말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거나 다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저는 놀라움의 상태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입니다. 전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크리스마스를 막 지나친 이 시기에, 뉴욕에 살고 있는 102세 할리 자피가 던진 신선한 화두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으로 노년을 보내야 할지 계획이 구체화되었는지요? 수퍼에이저(Superager) 한 분을 활자로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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