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김형래_KHR_5333_800

정씨성을 가진 젊은이는 좀처럼 빠지지 않는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운동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언제든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주변의 운동환경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말라서 행복하지 않은 인상을 풍겼고, 보디빌더의 몸은 우수꽝스러워 보였습니다. 태권도는 애들이나 하는 운동같았고, 주짓수는 너무 힘들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눈에 번쩍 뜨이는 운동이 있었으니 수영이었습니다. 수영 코치들이 식당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결정을 했습니다. 균형잡히고 우아하고 큰 키가 맘에 들었습니다. 추첨을 통해 어렵게 수영장 등록을 하고 비록 염소가 함유된 거친 물이지만 몸무게도 줄이고 우아한 몸매를 갖게 될 것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여섯 달동안 열심히 수영을 배우면서 자신이 환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영 코치들의 몸매가 그토록 완벽한 것은 숱한 연습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그들은 원래 좋은 몸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훌륭한 수영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원래 갖고 있던 신체 구조가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지, 그들이 실행한 행위의 결과물이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선택의 기준과 결과를 뒤바꿀 때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이라는 속임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요즈음 대학원 또는 MBA 강좌 입학에 대한 마케팅이 매우 적극적입니다. 심지어는 학위 이수자들의 소득 통계를 이용해 유혹하기도 합니다.  MBA를 마치면 지금보다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으므로 비싼 학비를 내더라도 다 보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MBA를 취득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은 지적 욕구가 강하던가 승부욕이 강하던가 성실하다던가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그들의 소득이 높아지는 데는 MBA 학위 여부와는 관련 없는 수많은 다른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MBA 광고에 현혹되어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공부에도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쓰는 말로는 희망 고문과 비슷한 말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행복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살아가는 동안 줄곳 유지된다는 것을 통찰하려 하지 않습니다. 수영을 하면 수영 선수의 몸매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복하다’는 자기 환상의 모습으로도 존재합니다.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 쓴 책을 냉정하게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런 글들은 자연적으로 행복해지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쓰였습니다. 불행한 사람이 쓴 여전히 불행하다는 글은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 노력하면 뭐든지 얻을 수 있다고 세뇌당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훤칠한 키, 잘 생긴 외모, 높은 소득, 잔병치레 없는 건강한 신체. 그리고 그것을 향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무모한 시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도적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거울로 저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백화점 매장에 모델이 입고 있는 근사한 모습을 보고, 나도 그처럼 보일까 싶은 마음에 입어 보았습니다. 매장 매니저는 단호하게 “수선해서 입더라도 모델테가 나지는 않습니다. 손님 스타일이 아닙니다” 말하더군요.  지 않은 옷은 남의 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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