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수요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마무리하여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도 이로운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가 중국에 특정 인공지능(AI) 칩을 판매하여 얻는 수익의 15%를 받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장관 고든 리트닉(Howard Lutnick)에게 엔비디아가 4월에 트럼프가 중단시켰던 특정 칩 제품 라인의 중국 수출 라이선스를 재개할 수 있도록 지시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약 4조 5,000억 달러(약 6,165조 원)에 달하는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이며, 당연히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의 거래로부터 수익을 얻고자 합니다. (AMD도 동일한 합의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무역 협상 전략에도 도움이 됩니다. 미국은 중국이 생산하는 특정 희귀 광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국산 칩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이러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헌법은 명시적으로 수출세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이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의회와 협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엔비디아나 AMD 모두 이 사안을 법정에서 다툴 이유는 없습니다. 목표가 세수를 늘리는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 함께 세율을 인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과거 중국으로의 칩 수출을 막았던 이유는 국가 안보 때문이었습니다. 국가 안보 논리에 따라 칩 수출을 차단하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저해하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이 조치를 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자들은 이러한 거래가 국가 안보 우려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판매되는 칩이 더 이상 최고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측의 거래 방식은 미국 경제에 부적절한 사적 개입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국 기업 CEO들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하거나, 대통령이 자국에서 발생한 위협으로부터 기업을 면제해 주는 대가로 대통령에게 유리한 행보를 한다면, 이는 시장 경쟁을 해치게 됩니다. 인텔은 백악관에 불려간 후 중국과의 거래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요청했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반도체 관련 법률에 따른 지원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회사 U.S. Steel의 지분 ‘황금 주식’을 확보하도록 요구했고, 닛폰스틸(Nippon Steel)이 이 회사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와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몇 가지 닮은 점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과거 민간 부문에 개입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전시에는 더 그랬고, 금융 위기 시에도 기업을 구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와 소수 집단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특별 대우를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상적인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대통령이 이러한 선례를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만족하는 CEO라면, 다음 행정부에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데 서툴며, 이를 시도하면 기업들은 백악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번 사례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경고를 줍니다. 정부는 시장의 심판이 아니라 규칙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특정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기억하는 ‘성장기의 한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과 민간의 역동성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가능했습니다. 그 균형이 무너지면, 경제는 불투명해지고 기회의 문은 좁아집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시장에 개입하는 정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헌법상 수출세 부과는 합법이지만, 특정 기업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정부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은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CEO를 만나 “조건부 허가”를 내리는 행위는, 시장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시니어 독자 입장에서는, 과거 한국에서도 권력과 대기업 간의 밀착 관계가 어떻게 경제 구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역할을 하면, 결국 소규모 기업이나 신생 기업이 불리해지고 시장 활력이 떨어집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의 미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 번 이런 선례가 만들어지면, 미래의 대통령들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정치적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시점에는,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인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는 유혹이 커집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의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혁신이나 효율 개선보다 ‘정치적 로비’에 더 많은 자원을 쏟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이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를 지속할지, 아니면 전통적인 시장 원칙으로 회귀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단기 이익’보다 ‘장기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국가 경제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변화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지켜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