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딘(Salah al-Din Yusuf b. Ayyub)은 아랍인의 3,000년 역사 중 ‘쇠퇴기(DECLINE: 서기 900년~1350년)’에 활동한 주요 인물이며, 그는 아랍인이 아닌 혈통(쿠르드족)에도 불구하고 십자군을 격퇴하고 아랍 문화적 헤게모니를 수호한 상징적인 영웅이라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논의됩니다.
살라딘의 역할은 아랍이 정치적 지배력을 상실하고 비아랍 통치자들에게 의존하게 된 시대적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시대적 배경: 아랍 지배력의 쇠퇴와 외부 세력의 등장
살라딘이 등장한 12세기는 아랍 칼리프조의 정치적 힘이 약화되고, 투르크족, 페르시아인 등 비아랍계 지도자들이 제국의 여러 지역을 통치하던 시기였습니다.
- 쿠르드족 출신: 살라딘은 쿠르드족 출신이었으며, 이는 그가 혈통적으로는 아랍인이 아니었음을 의미합니다.
- 통치 계층의 다양성: 살라딘의 등장은 아랍 제국의 중심지였던 이집트와 시리아에서 투르크멘족(Turkmen Zangids)과 쿠르드족(Kurdish Saladin) 같은 비아랍계 통치자들이 권력을 잡았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이 시대에 아랍 혈통은 정치적 권력의 필수 조건이 아니었으며, 이는 아랍이 통치권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문화적 수용과 정체성의 변화: 살라딘은 비아랍인이었지만, 아랍 문화에 깊이 동화되었습니다. 그는 아랍어에 대한 실무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시(poetry)를 인용할 수 있었으며, 그의 남동생은 능숙하게 아랍어로 시를 지었습니다. 이는 아랍 혈통이 아닌 인물이라도 아랍 문화와 언어(아랍어)를 통해 아랍 문명에 흡수되고 그 유산을 계승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2. 십자군 격퇴와 아랍 세계의 수호자 역할
살라딘은 이슬람 세계의 주요 위협이었던 십자군(Franks)을 격퇴하고, 이슬람 통일의 상징적 수호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이집트에서의 등장: 살라딘은 1169년 이집트의 아랍 도시 카이로(Cairo)에 입성하여 파티마 칼리프(Fatimid caliph)의 명목상 와지르(vizier)가 되었습니다.
- 파티마 칼리프조 폐지: 1171년, 살라딘은 파티마 칼리프조를 폐지하고 바그다드의 아바스 칼리프에게 명목상의 주권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이는 그가 정통 수니파 이슬람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했음을 시사합니다.
- 유럽의 침략에 맞선 영웅: 그는 십자군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그의 업적은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게 했습니다. 심지어 영국의 ‘흑태자(Black Prince)’는 살라딘의 전공을 자신의 침대 커튼에 수놓도록 했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살라딘은 사라센 기사도의 모범으로 기억되었습니다.
- 통일과 방어: 살라딘은 시리아와 이집트를 포함하는 지역을 통치하며, 십자군 침략으로부터 아랍 문명의 핵심 지역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3. 살라딘의 유산과 아랍 정체성의 역설
살라딘의 이야기는 아랍 정체성과 통치의 복잡한 역설을 드러냅니다.
- 문화적 동화의 승리: 살라딘은 유프라테스강에서 태어나 투르크 통치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시리아와 이집트를 통치했고, 다마스쿠스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는 비아랍인이었지만 아랍 문화적 융합의 완벽한 산물이었습니다.
- ‘왕 만들기’의 반복: 살라딘의 통치는 아랍 칼리프의 명목상 권위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권력은 비아랍계 지도자가 갖는 패턴을 따랐습니다. 그의 승리는 아랍 문화가 확장성, 포용성, 유연성 등을 통해 비아랍계 인물들을 통합하여 문명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사후의 명성: 살라딘은 아랍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으로 남아 있으며, 아랍 혈통의 통치자, 시인, 사령관 중 누구보다도 긴 분량으로 전기 작가 이븐 할리칸(Ibn Khallikan)의 **’유명한 죽음들(Notable Deaths)’**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 문화적 영속성: 살라딘은 자신의 삼촌과 아버지를 카이로에서 메디나로 이장하도록 했는데, 이는 아랍 문화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였습니다. 비록 정치적 중심지는 카이로가 되었지만, 아라비아는 여전히 신성한 중심지라는 인식이 존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살라딘은 아랍 정치력이 쇠퇴한 시기에 쿠르드족 출신으로서 아랍 문화적 정체성을 수호하고 십자군을 격퇴하며 아랍 문명의 영웅으로 자리 잡았으나, 그의 존재 자체는 아랍인의 정치적 패권 상실과 문화적 동화라는 시대적 맥락을 증명하는 주요 인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