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7일
11-27-0600#186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건강 수명’은 어떤 재산보다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특히 면역력과 장 건강을 중심으로 한 기초 체력 관리가 시니어 생활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효식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식품 트렌드가 아니라, 과학이 뒷받침하는 건강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발효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NielsenIQ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초 기준 지난 1년간 미국의 발효식품 및 원재료 시장 규모는 약 611억7천만 달러(약 84조 원)에 이르렀고, 이는 4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7%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소비자들의 장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발효식품은 사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전통 식문화입니다. 김치, 젓갈, 된장, 고추장 등은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인의 건강을 지탱해 온 자연발효 식품들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의 과학이 이 전통 식품의 가치를 하나씩 검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다양하게 유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염증성 바이오마커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먹으면 속이 편하다’는 경험적 지혜가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은 단순히 소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신의 면역체계, 감염 저항력, 심지어는 기분과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스탠퍼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매일 일정량의 발효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은 염증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락트산균, 젖산 발효물질, 각종 유기산 등이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바꾸어 건강에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은 시니어에게 특별히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식사 후 불편감, 만성 염증, 면역력 저하 같은 문제들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흡수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도 체내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합니다. 발효식품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이미 분해가 이루어져 있어 소화가 더 쉽고, 장에서 유익균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 세계 소비자들도 이러한 가치를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김치와 사우어크라우트는 미국에서 장 건강 식품의 ‘쌍두마차’로 소개되며, 이른바 ‘김치에 호기심 많은 소비자(kimchi-curious)’ 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전통 김치 특유의 강한 향과 톡 쏘는 감칠맛이 외국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오히려 그 생생한 풍미가 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필자는 시니어 독자들에게 발효식품을 ‘건강 생활 루틴’으로 자리 잡게 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몇 가지 실천적인 조언을 함께 드립니다.

첫째, 너무 짠 발효식품은 피하고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건강에는 좋지만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 관리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김치·된장·요거트 등 발효식품 종류를 다양화해 보는 것입니다. 한 가지 음식만 반복하기보다 다양한 발효 식품을 병행하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나 해조류와 함께 섭취하면 발효식품의 효능이 더욱 커집니다.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넷째, 몸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천천히 섭취량을 늘리는 방식을 권합니다. 위장 기능이 약한 분들에게는 갑작스러운 발효식품 증가가 부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효식품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기능성 식품을 넘어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음식입니다. 밥상 위에 김치 한 조각이 더해졌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 따뜻한 집밥을 먹을 때의 만족감은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날 세계는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김치를 중심으로 한 발효음식은 이제 글로벌 건강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요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한국식 식생활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동시에 우리 시니어에게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반가운 변화입니다.

여러분의 식탁에 있는 발효식품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나이를 먹을수록 더 중요한 ‘건강 파트너’입니다.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다양하게, 그리고 조금 더 즐겁게 발효식품을 삶 속에 들여보시길 권합니다.

건강한 장은 건강한 하루를 만들고, 건강한 하루가 쌓여 활기찬 시니어 라이프가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