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7일
12-05-1800

– 顧問(こもん, 코몬, 고문, The Indispensable Go-Betweens)

도쿠가와 막부(1603–1868) 시대에 일본의 마지막 거대한 막부 체제는, 현재 이바라키현에 해당하는 도쿄 북동부의 미토 시를 도쿠가와 가문의 세 주요 분가 중 하나의 본거지로 삼고 있었습니다.

미토 도쿠가와 가문의 수장은 ‘부(副)쇼군’이라는 세습 직위를 맡았으며, 그 때문에 정식 쇼군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쇼군은 매우 높은 명성과 상당한 권력을 보유했습니다. 이들 부쇼군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미토 미쓰쿠니(水戸光圀)로, 그는 지혜와 정의감으로 널리 알려졌고 현직 쇼군의 핵심 고문이었습니다. 은퇴 후 그는 ‘코몬(光圀公의 호칭에서 유래)’으로 불렸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행을 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970년대, 한 창의적인 TV 프로듀서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水戸黄門(みとこうもん, 미토 코몬, Mito Kōmon)’이라는 사무라이 시대극을 만들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은퇴한 부쇼군 미토 코몬은 젊은 수행원 세네 명(그중 한 명은 보통 젊은 여성)과 함께 전국을 도보로 여행하며, 각 지역에서 악인을 만나면 그들을 응징합니다.

매 회의 절정은 악당과의 검투 장면이며, 水戸黄門(みとこうもん, 미토 코몬)의 수행원들이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을 높이 들어 그의 신분을 밝히면 악인들은 즉시 무릎을 꿇고 복종합니다. 이 시리즈는 일본 TV 역사상 가장 인기 있고 1969년부터 2011년 12월 19일까지 43부 1,227회나 방연한 장수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미쓰쿠니는 나쁜 사람들에게는 질책하고, 충의지사나 효심이 강한 백성등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명가의 재건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결혼, 혹은 번의 의사에 의한 난치병 치료 등 어려운 백성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顧問(こもん, 코몬, 고문)’이라는 단어는 ‘조언자, 상담역(advisor, counselor)’을 뜻하며, 오늘날에도 일본의 거의 모든 분야—정치, 비즈니스, 전문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고문이 중요한 이유는 일본 문화의 폐쇄적이고 집단 중심적인 특성이 일본 조직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에도 동일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고문들은 주로 주요 정부 부처나 기관에서 은퇴했거나, 정부와 밀접히 협력해 온 대기업 출신입니다.

기업과 행정조직이 고문을 두는 이유는 그들의 경험과 지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연줄(connections)’ 때문입니다.

일본인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단단한 장벽을 넘어 관계를 맺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중개자를 필요로 합니다. 외국 기업은 일본 내 실적과 인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적절한 고문을 찾는 일부터가 매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잘 알려지고 존경받는 고문이 있는지 여부는 일본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일본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면 계획 초기 단계부터 고문을 영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탁월한 고문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 어떤 미묘한 절차와 관행을 따라야 하는지 등 일본 비즈니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을 조언해 줄 수 있습니다.

일본 문화의 배타성 때문에, 일본에서 오래 거주했고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컨설턴트조차도 일본인 고문만큼의 신뢰·접근성·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顧問(こもん, 코몬, 고문)’은 단순한 “고문”이 아니라 일본 사회의 폐쇄성·계층문화·인맥 중심성 속에서 관계를 열어주는 ‘필수적 중개자’ 역할을 뜻합니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 기업에게는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간주됩니다.

우리나라에도 퇴직한 임원을 일정기간 ‘고문’역으로 활동하는 것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하는 일없이 출퇴근만 하는 한직으로 오해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