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와리, 동정심, Japanese-style sympathy)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 동정심, Japanese-style sympathy)’는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윤리 개념으로 여겨지며, 흔히 Japanese-style sympathy로 번역됩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동정이나 감정적 공감과는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라기보다는, 관계 속에서 요구되는 판단 기준이자 행동 규범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는 단어는 ‘생각하다, 헤아리다’를 의미하는 ‘思う(おもう)’와 ‘보내다, 행위를 옮기다’를 뜻하는 ‘遣り(やり)’가 결합된 표현입니다. 이는 상대의 처지를 미리 헤아리고,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말로 위로하거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공유하는 것보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상황을 조정하는 행위가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서구 문화권에서의 sympathy나 empathy는 대체로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를 언어로 표현한 뒤 공감이나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흐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오모이야리는 상대가 아직 말하지 않은 상태를 전제로 하여, 감정이 표면화되기 이전에 상황을 예측하고,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배려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식 공감은 ‘함께 느끼는 것’이라기보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거나,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배려하는 데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는 개인의 따뜻한 성품을 칭찬하는 표현으로만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오히려 관계를 유지하고 안정시키기 위한 판단 기준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었던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는지, 개인의 솔직함이나 감정보다 관계의 안정이 우선되었는지와 같은 점들이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로 인해 일본 사회에서는 솔직함보다 적절함이, 진심의 직접적 표현보다 조율이 더 중시되는 경향이 나타나며, 오모이야리는 미덕이라기보다 사회적 책임에 가까운 개념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의 실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상대가 피곤해 보일 때 “괜찮으신가요?”라고 직접 묻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정을 줄이거나 배려하는 경우가 그러하며, 감사나 사과를 과도한 언어 표현으로 드러내기보다 행동으로 정리하는 태도 역시 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공개적인 비판을 피하고,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조정하려는 태도 역시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는 일본 사회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다만 동시에 침묵이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개인의 고통이나 문제 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외부 문화권에서는 차갑거나 비직접적인 태도로 오해받기 쉽다는 한계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 내부에서는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가 여전히 성숙함의 척도이자 어른스러움의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Japanese-style sympathy로서의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라고 말하는 태도라기보다, “당신이 불편해질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계를 관리하는 태도이며, 공감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보다는 사회적 공기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행위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 문화의 극단적인 배타성으로 잘 알려져 왔으며, 이 점은 오늘날 일본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가장 심각한 약점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인의 배타적 사고방식은 철학, 도덕, 윤리, 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문화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종, 음식, 그리고 삶의 다른 여러 측면까지 포괄합니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일본의 이러한 배타성이 집단 소속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 사회의 모든 집단은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자급자족적인 배타적 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일본인들이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의 구성원, 심지어 다른 일본인일지라도 그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낯선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공감하거나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집단적 배타성은 일본에서 의사소통이 유난히 어렵고, 어떤 일이든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배타성에 기반한 규범은 집단 내부와 집단 간의 의사소통이 엄격하고 위계적인 경로를 따라 이루어지도록 요구하며, 이로 인해 소통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고 번거로우며, 종종 정확성을 잃게 됩니다. 특히 관료적 성격이 강한 집단이나 조직일수록, 그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요구되는 노력은 더욱 커집니다. 수직적 위계로 구성된 일본의 정치 파벌, 정부 부처, 행정 기관들은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본의 집단 내 개인적 관계가 지니는 강도와 중요성 때문에, 공감과 동정심은 일본 사회에서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는 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자국 문화 속에 존재하는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 즉 ‘동정심’의 깊이와 폭을 자랑스러워하지만, 특히 비일본인과의 관계에서 그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동정심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에 보편적인 동정심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쟁의 주제가 되어 왔으며, 국제적 사안이 걸려 있을 때에는 정치인과 기업인들까지 이러한 논의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대외 정책은 정치적·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국제적 사안과 외국인들을 향한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의 요소를 점차 반영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정심은 비일본인이 겪는 건강 문제나 육체적 고통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그들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염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를 포괄합니다.
일본인들이 자동적으로 각별한 동정심을 보이는 특별한 경우 가운데 하나는, 관광객이나 외국인 방문객이 도난을 당하거나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등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인 개인들은 분실물이 반드시 반환되도록 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극단적일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택시 기사는 자신의 차량에 물건을 두고 내린 승객을 찾기 위해 개인 시간을 몇 시간씩 할애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행동에는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자부심 또한 작용합니다. 일본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단기 외국 방문객이 어떤 문제를 겪을 경우, 일본인들은 그 방문객이 일본이나 일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안고 떠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느낍니다.
궁극적으로, 일본 사회에서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보편적 개념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가 아동 양육과 교육 제도 속에 제도적으로 통합되어 학습 과정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비즈니스나 여행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思い遣り(おもいやり, 오모이야리)’ 상황을 겪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