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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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라는 이정표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긴 여가 시간은 축복이자 동시에 숙제와도 같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를 숨 가쁘게 달려온 시니어 세대에게 ‘논다’는 개념은 때로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여가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삶의 후반부를 품격 있게 완성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다는 다양한 취미 활동들을 접하며, 우리 시니어들은 어떤 기준으로 여가를 선택하고 향유해야 할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회자되는 여러 취미 활동 중,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지혜에 맞닿아 있는 것들이 눈에 띕니다. 낡은 물건을 고쳐 쓰는 ‘복원 작업’이나 옷을 짓고 수선하는 ‘바느질’의 부활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우리 세대가 자연스럽게 체득해왔던 절약과 물자에 대한 소중함이라는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시대에, 시간을 들여 사물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과정은 시니어만이 가질 수 있는 인내와 연륜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손끝의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나온 세월의 가치를 되새기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온 가치가 다시금 인정받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지적인 자극과 적절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전략적 사고를 요하는 ‘보드 게임’이나, 함께 모여 각자 책을 읽는 ‘조용한 독서 클럽’은 품위 있는 사교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두뇌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과도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보다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지적인 교류를 나누거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 시니어에게는 더욱 편안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 맺기 방식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새로운 흐름이 시니어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화제가 되는 기이한 현상들이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활동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시니어의 여가는 찰나의 흥미보다는 삶에 깊이를 더하고 평온한 일상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활동이어야 합니다. 흙을 만지며 생명을 키워내는 정원 가꾸기나,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한 가지 요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활동처럼 땅에 발을 디딘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취미들이 더욱 가치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넓이가 아니라 깊이입니다. 세상이 변한다고 해서 덩달아 조급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되, 그 기준은 언제나 나 자신의 즐거움과 건강, 그리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합니다. 오랜 세월 다져온 자신만의 안목으로 진정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활동을 찾아 깊이 있게 몰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니어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여가의 특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