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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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지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길리언 테트(Gillian Tett, 1967년~)의 칼럼을 통해,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인간의 ‘인지적 사각지대(cognitive blind spots)‘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2026년을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진 사고의 오류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약 10년 전 스위스 정부는 세계화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낙관하며 냉전 시대의 유물인 도로와 터널의 폭발물 설치를 해체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서구 엘리트들은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 믿었으나, 2026년 현재 스위스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악화되었고, 스위스 정보기관(FIS)을 비롯한 여러 정부는 미래를 오판했음을 깨닫고 방어 태세를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스위스 정보기관(FIS)이 인간의 사고 방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음을 시인하며, ‘인지적 사각지대’에 관한 매뉴얼을 발간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매뉴얼은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는 18가지의 다른 인지적 편향을 식별하고 있습니다.

주요 편향으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안일한 가정에 고착하는 ‘집단 사고(groupthink)‘, 소셜 미디어 등에서 처음 접한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앵커링(anchoring)‘, 기존의 관점을 강화하는 데이터만 수용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타인도 우리처럼 생각할 것이라 가정하는 ‘미러 이미징(mirror imaging)‘, 그리고 실패 사례는 배제하고 성공 사례만으로 판단하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FT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가 비단 정보기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현재 세계는 1세기 전 강대국들이 통제권을 두고 다투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금융, 제조,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지경학적 대결 구도 속에 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우리가 문화적 틀 때문에 세계의 특정 부분을 무시하는 경향인 ‘사회적 침묵(social silences)‘에 빠져 있다고 분석하며, 취약한 사이버 인프라에 대한 무관심 등을 그 예로 들었습니다.

기사는 이러한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으로 FIS가 제시한 조언들을 소개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스트레스 테스트’하고, 통계적으로 사고하며,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또한 ‘지적 겸손’을 보여주고, ‘창의적 사고’를 하며, 주기적으로 ‘반대로 생각하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지적 겸손’이 필요한 순간

위 기사에서 다룬 ‘인지적 사각지대’는 비단 국가 안보나 국제 정세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가진 시니어 세대에게도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지적 겸손을 가지십시오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지만, 때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앵커링’이나 ‘확증 편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지적 겸손을 가질 때,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를 배우는 데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세대 간 소통도 원활해집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확증 편향’을 경계하십시오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 즉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자칫 편협한 시각에 갇히게 만들고, 나아가 잘못된 정보나 가짜 뉴스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균형 잡힌 정보를 접하려 노력하고, 특히 듣기 좋은 정보일수록 사실 여부를 한 번 더 의심해보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는 보이스피싱이나 금융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익숙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대처하십시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이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는 ‘생존자 편향’이나 ‘집단 사고’는 변화의 시기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 자산 관리, 건강 관리 등 모든 면에서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계획을 수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기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반대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통해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026년을 살아가는 시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되,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과 끊임없이 배우려는 ‘유연한 태도’일 것입니다.


용어설명: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

우리가 정보를 지각·기억·해석·판단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현실을 빠르게 처리하려고 쓰는 지름길(휴리스틱) 때문에 생기는 체계적인 판단 오류/왜곡 경향입니다.
즉 “게으름”이라기보다, 뇌가 제한된 시간·주의·정보 속에서 효율적으로 결정하려다 생기는 부작용에 가깝습니다.

인지적 편향은 주로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집니다.

▷ 정보가 너무 많거나(과부하), 반대로 너무 적을 때(불확실성)
▷ 시간이 촉박할 때(즉흥 판단)
▷ 감정이 강하게 개입될 때(분노·불안·기대 등)
▷ 내 정체성/신념이 걸린 이슈일 때(정치·종교·팀·브랜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