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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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츠하이머 어머니와의 하루에서 배우는 마음의 연습 –

최근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이후, 매주 찾아뵙는 길은 늘 가볍지 않습니다. 한 손엔 장을 본 물건이 들려 있고, 마음 한편엔 그날 어머니가 저를 알아보실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십니다. 하루하루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영혼은 남아 있다

요양원 어머니 방에는 젊은 시절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웃고 계신 어머니, 아이 셋을 돌보던 바쁜 엄마, 늘 옷차림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시던 세련된 여성. 지금의 어머니는 그 시절처럼 또렷하시지는 않지만, 여전히 저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십니다. 어떤 날은 제 이름을 잊으셔도, 제 손을 꼭 잡고 “사랑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울컥합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하곤 합니다. 이름을 잊고, 대화의 흐름을 놓치면 그 사람을 ‘사라진 것’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통해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그 사람의 ‘영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요.

힘들지만,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

치매는 보호자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 대화를 하다 자주 반복되는 말들을 듣는 일, 때로는 어머니가 어린아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일. 그 과정에서 저는 종종 제가 더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요양원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저도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머니가 지금 이 순간 편안하신가, 웃고 계신가 하는 것이지, 무엇을 기억하고 계시는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와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

어머니를 방문할 때마다 저는 작은 선물을 하나씩 준비합니다. 좋아하시는 스웨터를 입혀드리고, 사진첩을 함께 넘겨봅니다.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꼭 잡고 함께 산책도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어머니는 세상의 그 어떤 기억보다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십니다.

어떤 날은 저를 딸로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머니의 잘못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계시며, 저도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론: 기억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랑하는 가족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잊혀진 기억을 붙잡는 힘’보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내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멀어지실 수 있지만, 그분의 영혼은 여전히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여기 있어, 네 곁에.”

독자에게 드리는 글

혹시 당신도 치매 가족을 돌보고 계신가요?

그 여정은 때때로 눈물겹고 외로우며, 무엇보다 혼자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그분들의 마지막 시간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원본의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2025년 5월 31일 게제된 원문(Jill Bialosky, “Am I Struggling Over My Mother’s Alzheimer’s More Than She Is?”)을 독자분들을 위해 재구성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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